중국 대학의 상승세가 눈부시다. 최근 영국 일간지 더 타임스의 대학평가에서는 28개 중국 대학이 세계 500대 대학에 이름을 올렸다. 이중 베이징대학은 48위, 칭화대학은 49위에 랭크되었다. 이에 비해 한국은 17개 대학이 500위 안에 들어 중국에 비해 많이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순위가 높은 서울대도 78위에 머물렀다.
이제 중국의 대학들은 우리가 모르는 사이 질적으로 엄청난 상승을 하고 있다. 아시아에서 대학교육의 국제랭킹 상승사례는 싱가포르에서 찾을 수 있다. 싱가포르는 1998년까지는 대학교육의 수준이 지역 대학 수준이었다. 그러다가 대학교육 개방정책을 쓰면서 싱가포르 대학들은 세계 30~40위권 대학으로 성장하게 된 것이다. 이제 일부 중국의 대학들은 이런 싱가포르의 사례를 추종하는 양상을 띠고 있다. 그럼 이처럼 중국 대학들이 세계수준의 대학으로 급성장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 대학에 대한 막대한 재정투입을 들 수 있다. 지난해 저장대학을 방문했을 때 학교관계자는 저장대학의 1년 학교 운영경비가 1조2,000억원이라고 말했다. 그 말을 듣고 과연 한국 대학에 이런 정도의 재정을 투입하는 대학이 있을까 생각해 보았다. 중국 대학의 재정투입은 국가, 지방정부 그리고 기업의 3자 합동으로 이루어진다. 한국처럼 등록금에 의존하는 구조가 아닌 것이다. 특히 산학협력을 통한 재정확충 수준이 높은 편이다. 이런 재정적 여력은 대학발전의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다.
둘째, 대학교육의 국제화 노력이다. 중국 전체 대학을 놓고 보면 국제화 수준이 높은 편은 아니다. 그런데 한국과 비교하면 훨씬 높다. 2014년 더 타임스 평가결과를 보면 국제화 수준이 베이징대학 53.7점, 칭화대학 44.6점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한국 대학들은 국제화 수준은 서울대 30.3점 등 대부분의 대학이 30점대 초반이다. 더 중요한 것은 중국 대학 내에는 외국인들이 거주하며 생활할 수 있는 정주여건과 지원체제가 비교적 잘 갖추어져 있다는 점이다.
셋째, 외국의 유수한 대학들과의 합작대학 운영을 통해 선진 학문과 운영기법을 습득하고 있다. 중국의 대학합작 형태는 크게는 독립법인 형태의 합작과 프로그램 형태 합작의 두 종류가 있다. 어느 형태든 대학 간 합작 형태이기 때문에 원하는 학문영역이나 운영기법이 용이하게 로컬 대학에 전파된다. 특히 합작대학을 통해 많은 외국학자들이 중국 내에서 학생을 가르치고 학문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넷째, 엄격한 승진시스템을 들 수 있다. 중국의 교수들은 공부하지 않으면 승진할 수 없다. 교수, 부교수, 강사 3단계 직급별로 승진인원이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많은 교수가 부교수에서 퇴직한다. 이런 승진제도는 대학의 수준을 높이는데 일조하고 있다.
한국은 중국과 비교해 대학재정이 빈곤하고, 등록금 의존율이 지나치게 높다. 국제화 수준이 낮아 훌륭한 해외석학을 모셔와도 오래 버티지 못한다. 교수진의 승진시스템도 일정한 기준만 충족하면 대다수 승진하는 체계를 갖고 있다. 합작대학을 통해 선진 학문과 운영기법을 습득할 수 있는 길도 여전히 법적 제약에 가로막혀 있다.
이제 중국 대학이 한국을 넘어 세계로 나아가기 전에 한국도 서둘러 대학의 경쟁력 제고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잘못하면 아시아에서도 한국 대학이 설 자리를 잃을지 모른다.
구자억 한국교육개발원 선임연구위원ㆍ한중교육교류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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