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기농테마파크에 전시관

노아의 방주를 빗댄 ‘맛의 방주’라는 게 있다. 멸종 위기에 처한 종자나 식품의 품목을 찾아 기록하는 프로젝트로, 비영리기구인 국제슬로푸드협회 생물종다양성재단이 1996년 시작했다. 세상이 글로벌화하면서 햄버거 등 획일화된 음식만이 활개치는 것을 경계하고 다양한 전통 먹거리를 보호하자는 취지에서 출발했다. 음식문화유산을 찾아 목록을 만들고 사람들의 관심을 유도해 지역 농업을 활성화하는 사업이다.
‘맛의 방주’에 오르는 자격은 까다롭다. 특징적인 맛을 가지고 있어야 하고 특정 지역의 환경과 사회, 경제, 역사와 연결되면서도 소멸 위기에 놓인 것이어야 한다.
국내에서는 지난해 처음으로 울릉도 칡소와 섬말나리, 진주 앉은뱅이 밀, 연산 오계, 제주 푸른 콩장, 장흥 돈차 청태전, 제주 흑우, 태안 자염 등 8종이 등재됐다. 남양주시 조안의 참게, 참붕어, 취나물, 연오디 등 5개 품목은 예비 목록으로 지정돼 있다.
남양주시 유기농테마파크에는 이처럼‘맛의 방주’에 오른 음식과 종자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전시관이 2층에 자리잡고 있다. 남양주시는 224㎡ 규모의 ‘맛의 방주 전시관’에 사라져가는 전세계 204개 품목의 음식과 종자, 130여종의 사진을 한데 모았다.
▦세계 맛의 방주 103품목 ▦아시아 맛의 방주 88개 품목 ▦한국 맛의 방주 8개 품목 ▦ 남양주 조안의 맛 5개 예비 품목 ▦맛의 방주 세계 분포 지도 등이 위기에 처한 먹거리의 현주소를 보여준다.
이 전시관은 지난해 남양주시가 개최한 슬로푸드국제대회의 핵심 테마를 상설화한 것이다. 남양주시는 ‘맛의 방주 전시관’ 개관을 계기로 조안의 음식, 문화, 라이프와 연계한 콘텐츠를 추가 개발하고 이 지역의 음식자원을 소개하는 전문 음식관광 해설사 운영을 검토 중이다.
이석우 남양주시장은 “지역농업과 음식, 전통문화, 환경의 지속가능성을 융합한 남양주의 대표적인 관광명소로 만들 것”이라며 “남양주시가 슬로푸드, 슬로라이프 도시라는 국제적 이미지를 각인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명식기자 gij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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