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프로야구 오클랜드 어슬레틱스는 메이저리그 만년 최하위 구단이다. 1998년 단장에 취임한 빌리 빈은 경제학 이론을 적용해 출루율, 장타율 등 그 동안 중시하지 않았던 기록을 위주로 선수들을 영입했다. 그 결과 2000년부터 4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이라는 기적을 일으켰다. 적은 비용으로 높은 효율을 보이는 야구를 지칭하는 ‘머니 볼’이라는 신조어가 만들어졌다. 어슬레틱스의 성공 신화를 다룬 책이 출간되고 2011년에는 브래드 피트 주연의 영화가 제작됐다.
▦ 창단 이후 처음으로 한국시리즈에 진출한 넥센 히어로즈 이장석 대표는 ‘한국의 빌리 빈’으로 불린다. 팀 컬러, 자금 운용, 마케팅까지 새로운 시도를 거듭하고 있다. 현재 사령탑인 염경엽 감독을 선임할 때 드물게 인터뷰를 통해 뽑았다. 넥센이 메이저리그 스타일로 대변되는 ‘프런트 야구’의 대명사로 꼽히는 이유다. 4년 연속 정규시즌 우승을 한 삼성과 올해 첫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NC도 프런트 야구를 도입해 성공했다는 평을 듣는다.
▦ 반면 롯데 구단은 프런트들이 권한만 누리고 책임을 지지 않는 잘못된 프런트 야구의 대표적 사례다. 롯데 프런트의 권한이 지나치게 강하고 팀 내 파벌이 존재한다는 얘기는 오래 전부터 공공연했다. 코치진 구성이나 선수 엔트리 변동이 감독 동의 없이 일방적으로 이뤄지고 선수들 간에도 프런트와의 친분을 둘러싸고 반목이 생겼다. 수년 째 이어진 성적 부진, 이해할 수 없는 감독의 선임과 사퇴는 팬들의 분노를 샀다.
▦ 최근 불거진 폐쇄회로(CC)TV를 통한 선수 감시도 프런트와 선수단과의 해묵은 갈등에서 비롯됐다. 선수단이 원정 다닐 때 묵는 숙소 호텔측으로부터 CCTV 자료를 받아 새벽시간 선수들의 외출을 감시해왔는데, 선수들을 길들이는데 활용해왔다는 의혹이 짙다. 사태의 책임을 지고 사장과 단장 등 구단 수뇌부가 사퇴했으나 파문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국가인권위원회 차원에서의 진상조사는 물론 프로구단들 내에서 자행되는 인권침해 문제가 본격적으로 공론화할 가능성도 높다. 일찌감치 프런트 야구가 뿌리내린 미국은 전문화한 조직이 철저한 시스템에 의해 구단을 운영한다. 어느 때보다 시끄러웠던 올해 한국 야구는 합리적인 시스템에 의한 올바른 프런트 야구의 정립이라는 숙제를 안게 됐다.
이충재 논설위원 cj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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