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할인 42억 사기친 가짜 파워블로거, 사소한 거짓말이 발단
대학을 중퇴한 20대 백수가 열등감에 둘러댄 사소한 거짓말이 눈덩이처럼 불어나 수십억원대 사기극으로 발전하는 일이 벌어졌다.
서울 소재 2년제 대학을 1년만 다니다 2011년 중퇴한 뒤 2년간 백수로 지내던 박모(23)씨는 늘 자신을 걱정하는 어머니에게 승용차를 선물하기로 마음 먹었다. 박씨는 1년 동안 아르바이트를 해 모은 돈으로 지난해 7월 1,700만원 상당의 K3 차량을 할부로 구입해 어머니 품에 안겼다.
어머니가“네가 무슨 돈이 있어서 차를 샀냐”고 걱정하자 자기도 능력이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던 박씨는 순간적으로 자신이 국내 유명 파워블로거라 헐값에 차를 살 수 있다고 둘러댔다. 국내 유명 포털사이트에서 영향력 기준 평가 2위로 활동하는 파워블로거라 해당 포털과 포스팅 관련 업체로부터 파격적인 협찬을 받고 있다고 거짓말을 한 것.
백수로 놀기만 하는 줄 알았던 딸이 영향력 있는 파워블로거라는 사실을 알게 된 박씨 어머니가 친인척에게 이 같은 사실을 자랑하자 일가 친척이 박씨에게 앞다퉈 명품 가방, 시계 등의 구매 대행을 부탁해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실제 박씨 블로그는 접속자도 거의 없었고 포스팅 개수도 손에 꼽을 만한 수준이었다.
평소 백수라는 사실에 큰 열등감이 있었던 박씨는 자신과 어머니의 체면을 살리기 위해 친척들에게 울며 겨자 먹기로 가짜 파워블로거 행세를 하기 시작했다.
친척들로부터 할인된 금액을 받은 뒤 나머지 돈을 현금서비스, 신용대출 등으로 메워가며 명품 구매 대행을 해주던 중 사촌 언니 장모(38)씨가 업무상 만나는 지인들의 명품 구입까지 대행해달라고 요구하자 박씨는 결국 자신이 가짜 파워블로거라는 사실을 털어놨다.
그런데 장씨는 오히려 한술 더 떠 본격적인 범행을 제안했다. 퀼트 수공예 강사라 돈이 많은 수강생과 만날 기회가 종종 있었던 장씨가 명품 구매 대행을 통해 부유층 인맥을 넓히려고 했던 것. 장씨는 박씨 이름을 팔아 지인에게 입소문을 내 본격적으로 명품 구매 대행에 나섰다.
결국 이들은 지난해 11월 18일부터 올해 8월 4일까지 수입자동차와 골드바, 고급주택, 골프회원권 등을 30∼70% 싸게 구매해 준다며 피해자 21명으로부터 70여차례에 걸쳐 42억원을 받아 가로챈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피해자들 중에는 현역 프로야구 선수와 중견기업 회장 부인, 중견기업 대표 등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동부지검 형사4부(부장 전승수)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등 혐의로 사촌 자매 사이인 박씨와 장씨를 구속 기소했다고 6일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이들은 얻은 돈의 거의 전부를 명품 대행 돌려막기에 썼기 때문에 본인들이 챙긴 돈은 별로 없었다”면서 “백수의 열등감과 일그러진 명품 문화, 상류층에 대한 동경 등이 복합돼 우리 사회의 비뚤어진 한 단면을 드러낸 사건”이라고 말했다.
김민정기자 fac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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