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향 D램 4달러대 눈앞, 삼성 등 3강구도 정착 효과
삼성 3분기 영업익 9.7%↑, 4년 만에 모바일 부문 제쳐
메모리반도체인 D램 가격이 상향 안정세로 접어들면서 오랜 겨울잠에서 깨어나는 모습이다. 한 동안 3달러 중반대에 머물렀던 더블데이터레이트(DDR) 3D램 가격이 3개월 만에 상승하면서 4달러대 진입도 가시권에 들어왔다. 한 때 1달러 밑까지 추락하면서 천덕꾸러기로 전락했던 2년을 생각하면 그야말로 상전벽해다.
6일 대만 시장조사기관인 D램 익스체인지에 따르면 10월 하반기 DDR3 4기가비트(Gb) 컴퓨터(PC)향 D램의 평균 고정거래가격은 3.78달러로 전월(9월 3.69달러)대비 2.44% 증가했다. 연초 3.8달러대로 출발했던 PC향 D램 가격이 봄을 지나면서 3.5달러를 찍고 다시 상승세로 돌아섰다.
업계에선 D램 가격의 이 같은 상승 기조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무엇보다 치열한 출혈경쟁 와중에 2009년 독일 키몬다, 2012년 일본 엘피다가 잇따라 파산하면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미국 마이크론테크놀로지의 3강 구도가 정립돼 안정적인 공급망이 갖춰졌기 때문이다. 업체 관계자는 “메모리반도체 업종 특성상, 조 단위의 대규모 시설 투자 등 높은 진입장벽이 존재하기 때문에 신규 사업자 진출은 그만큼 어렵다”며 “앞으로 출혈경쟁이 재연될 가능성이 낮다”고 전했다.
여기에 최근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PC 등 모바일 기기 대중화 바람과 함께 대부분의 메모리반도체 업체들이 모바일 D램 생산에 치중, 상대적으로 PC향 D램 생산 물량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돼 가격 안정화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란 예상이다. D램 익스체인지가 “PC D램 가격은 D램 제조사들이 생산 능력을 더 이상 모바일 D램에 집중하지 않을 때까지 상승 추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본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중장기 전망도 밝다. 통신 환경 고도화와 더불어 실시간 전송(스트리밍) 수요가 증가하면서 대용량의 데이터 처리 및 저장이 필요한 서버용 D램 수요 역시 증가할 것이기 때문이다.
메모리반도체 분야에서 세계 1,2위 업체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이미 실적 개선이 실현되고 있다. 올해 3분기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 영업이익은 전년동기 대비 9.7% 늘어난 2조2,600억원을 기록해 그 동안 실적을 주도해온 인터넷 모바일 부문을 4년 만에 제쳤다. 또 사상 최고 실적을 거둔 SK하이닉스(3분기 매출 4조3,120억원, 영업이익 1조3,10억원)는 현대차와 국내 시가총액 2위 자리를 다툴 만큼, 주가가 급등했다.
휴대폰과 TV 등 주력 업종 부진으로 고전 중인 국내 전자업계로서는 메모리반도체의 이런 선전이 반가울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세철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PC 수요는 감소하고 있지만 서버나 그래픽 등 다른 응용 분야의 수요는 여전하기 때문에 PC향 D램 가격 강세는 계속될 것”이라며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의 실적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허재경기자 rick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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