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채청산 외치며 일회성 행사에 돈 '펑펑'써
예산없어 문화재단기금으로 충당해 말썽
7,000억원대의 부채로 재정난을 겪고 있는 전북 익산시가 3억원이 넘게 들어가는 1회성 음악회를 개최해 앞뒤가 맞지 않는 행정이라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더욱이 대형 음악회를 열면서 예산을 한 푼도 확보하지 않고 갑작스럽게 추진하는 바람에 비용 마련을 위해 익산문화재단(이사장 박경철 시장)의 기본재산인 적립기금에서 충당해 논란이 일고 있다.
6일 익산시와 문화재단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KTX익산역사에서 열린 모 방송국 주최 음악회 비용으로 문화재단 적립기금 2억7,100만원과 공연예비비 2,900만원, 운영비 2,900만원 등 모두 3억2,900만원을 사용했다.
지난 2010년 설립된 익산문화재단은 독립성을 가지기 위해 100억원을 목표로 매년 시로부터 적립금과 시민들로부터 기부금을 받고 있으며 현재 23억원을 확보했다. 2013년과 올해는 시가 예산이 부족하다며 지원하지 않았다.
문화재단 정관에 따르면 기금 임대나 교환, 담보 등으로 제공하거나 권리의 포기를 할 때 이사회의 의결을 거칠 수 있도록 하고 있어 이 기금으로 (음악회)행사를 개최하는 안건 자체는 이사회 심의 대상에 명시되어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하지만 갑작스럽게 음악회를 유치하느라 예산을 확보하지 못한 시는 문화재단 기금에 눈을 돌렸다. 지난 10월 13일 열린 익산문화재단 정기이사회를 주재한 박 시장은 ‘음악회 협찬에 필요한 비용 2억7,100만원을 문화재단의 기금으로 사용하도록 승인해 달라’는 기금운용계획안을 상정하고, 이를 심의하는 과정에서 “기금은 재단의 기본재산이므로 음악회에 사용할 수 없다”고 반대하는 이사들의 주장을 수 차례 가로막으면서 거수 표결을 강행했다.
표결결과가 10명의 이사 중 부이사장인 이수근 시 전략산업국장 등 2명만 손을 들어 찬성했지만 부결 선언을 하지 않은 박 시장은 재차 이사들을 설득하면서 비밀투표를 제안해 통과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A이사는 “박 시장이 이사회에서 ‘방송국 관계자를 만나 음악회 개최를 약속했으니 협조해 달라’고 말했다”며“추경에서 예산을 편성하지 못한 것을 보니 얼마나 졸속으로 음악회 개최를 결정하고 진행했는지를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문화재단 기금이기 때문에 음악회 비용으로 사용할 수 없고 정관에도 명시돼 있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이사 10명 중 8명이 반대했는데도 박 시장이 이를 무시하고 재상정한 뒤 강행 처리했다”며“이사회 토론을 가로막고 부결 공표를 선언하지 않았기 때문에 박 시장을 업무방해와 권력남용으로 고발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익산시 관계자는 “재단 기금 사용은 이사회에서 승인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며 “문화재단 적립금을 내년부터 정상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10억원을 예산에 편성했다”고 해명했다.
최수학기자 sh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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