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 등 핵심 과제 추진 분명히, 오바마케어 일부 수정 가능성 비쳐
공화당 강력 반발 험난한 미래 예고… '지한파' 의원들 대부분 승리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5일 ‘절반의 타협’을 선언했다. ‘11ㆍ4 중간선거’참패를 겸허히 수용하고 공화당과 긴밀히 협력하겠다면서도, 핵심 국정과제인 이민개혁과 기후변화 등은 예정대로 추진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이에 대해 공화당은 강하게 반발, 향후 2년간 미국 정국의 험난한 미래를 예고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오후 워싱턴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공화당은 명백히 기분 좋은 밤을 보냈고, 그들은 선거를 잘 치른 데 대해 칭찬받을 자격이 있다”며 공화당의 승리를 축하했다. 또 “양당이 협력해 일을 제대로 잘하라는 유권자의 메시지를 분명히 들었다”며 “이제 다 함께 협력해 일을 추진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그는 서아프리카발(發) 에볼라 바이러스 확산 대책, 급진 수니파 이슬람국가(IS) 격퇴작전 등을 거론하며 “남은 임기 2년 동안 계속 일을 열심히 하고 공화당의 생각을 듣겠다. 최대한 생산적이 될 수 있도록 공화당 주도의 새 의회와 열심히 협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덕담은 거기까지였다. 공화당이 강력히 반대하는 이민개혁과 관련, 협조를 요청하면서도 의회 차원의 조치가 없다면 “올해가 가기 전에 이민시스템 기능을 개선할 수 있는 법적 조처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만약 의회가 조처를 하면 이민개혁 행정명령은 없던 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공화당과 최대한 대화하고 협력하겠지만, 핵심 과제는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밀어붙이겠다는 강한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자칫 공화당과의 마찰 속에 정국경색이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미치 매코널(켄터키)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는 앞서 기자회견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의회 승인 없이 이민개혁 행정명령을 강행하는 것은 “소 앞에서 빨간 깃발을 흔드는 것”이라며 행정명령에 반대 입장을 거듭 밝혔다. 공화당은 현재 오바마 대통령의 이민개혁 행정명령을 ‘불법이민자 사면법’이라고 규정하며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워싱턴 소식통은 오바마 대통령이 이민개혁과 함께 ‘양보할 수 없는’ 과제로 선정한 기후변화에서도 공화당이 장악한 의회와의 대치를 예상했다. 그는 “상원 환경위원장을 맡게 될 제임스 인호프(오클라호마) 의원은 기후변화이론을 ‘거대한 음모’로 지칭할 정도로 탄소배출 규제 등에 부정적”이라고 설명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공화당과 마찰을 빚고 있는 ‘오바마케어’(건강보험개혁안)에 대해서도 일부 수정 가능성을 내비쳤지만, “넘을 수 없는(양보할 수 없는) 분명한 선이 있다”고 말해 또 다른 갈등을 예고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아울러 IS 격퇴작전 수행을 위한 새로운 권한에 대한 의회 승인을 추진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한편 이번 선거에서 한반도 문제에 관심이 큰 이른바 ‘지한파’의원들은 대부분 승리했다. 상원 지한파 모임인 ‘코리아 코커스’의 일원인 마크 베기치(알래스카ㆍ민주) 의원만 도전자에게 패했다. 한국전 참전용사 출신인 찰스 랭글 의원이 87.4% 지지율로 당선된 것을 비롯, 에드 로이스, 마이크 켈리 의원 등도 의원직을 유지했다. 인상적인 의정 활동으로 한국에서 유명한 마이크 혼다 의원도 막판까지 치열한 혼전을 펼쳐, 같은 민주당 소속의 로 칸나 후부에 신승을 거뒀다.
또 ‘미국 연방정부 차원에서 동해 병기를 추진하겠다’는 공약을 내건 바바라 콤스탁(공화당) 후보도 한국인 유권자들의 도움을 받아 버지니아 10선거구에서 당선됐다. 메릴랜드 주지사 선거에서는 공화당 돌풍에 힘입어 래리 호건 후보가 당선됐는데, 한국계 부인(유미 호건)을 둔 그는 선거 운동 기간 중 메릴랜드 볼티모어 공항에 한국 국적 항공사 취항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중간선거와 함께 주별로 진행된 찬반투표에서는 ‘마리화나(대마초) 소지와 사용 규제 완화’가 오리건 주와 워싱턴DC에서 주민 동의를 얻는데 성공했다. 최종 집계가 마무리되지 않은 알래스카에서도 찬반투표를 통해 ‘마리화나 합법화’가 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경우 마리화나를 허용한 주는 기존 콜로라도와 워싱턴 주를 포함 4개주로 늘어나게 된다. ‘치료목적’허가에 대한 의사를 물은 플로리다에서는 기준선(60%)을 넘지 못해 부결됐다. 워싱턴=조철환특파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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