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근ㆍ선동열 이어 롯데도 영향
"구단 운영 좌지우지는 곤란" 우려도
‘팬심’(팬의 마음)이 ‘천심’(하늘의 뜻)일까.
팬심이 프로야구 감독과 구단 경영진의 진퇴까지 절대적인 영향을 끼치고있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CCTV 사찰 논란에다 팬들마저 집회를 열고 프런트를 규탄하자 최하진(54) 롯데 자이언츠 사장이 6일 사의를 표명했다. 배재후(54) 롯데 단장은 전날 오후 구단에 사직서를 제출했다.
이에 앞서 KIA는 지난달 19일 선동열(51) 감독과 재계약을 발표했지만 선 감독은 팬들의 반발에 부딪혀 재계약 도장을 찍은 지 6일 만에 스스로 지휘봉을 내려놓아야 했다.
3년 임기동안 아무것도 보여주지 못한 선 감독을 KIA 구단이 재신임 하자마자 ‘팬을 외면한 무책임한 처사’라는 비난이 거세게 일었다. 선 감독은 뿔 난 팬심을 누그러뜨리고자 구단 홈페이지에 ‘팬 여러분께 드리는 글’을 올려 명예회복 의지를 드러냈으나 등 돌린 팬들은 꿈쩍도 안 했다.
‘국보 투수’ 선 감독이 쓸쓸하게 돌아선 반면 ‘야신’ 김성근(72) 감독은 팬들의 바람대로 한화 사령탑에 부임했다. 한화는 2년 계약이 만료된 김응용(73) 감독 대신 내부 승진을 고려하고 있었는데 팬들은 독립야구단 고양 원더스 해체로 야인이 된 김 감독의 영입을 바랐다.
팬들은 직접 “김성근 감독을 한화의 10대 사령탑으로 모시자”며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 청원을 하고, 서울 중구 한화그룹 본사 앞에서 1인 시위까지 하는 등 구단과 모기업에 적극적으로 의견을 피력했다. 한화는 그제서야 김 감독에게 연락을 취했고, 구단 사장과 김 감독의 만남이 이뤄졌다.
팬들의 영향력은 앞으로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국민 스포츠로 자리잡은 프로야구는 팬들의 목소리를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 동안 경기를 보고 즐기는데 그쳤던 팬들도 이제는 응원하는 팀과 선수에 대한 애정, 소속감을 바탕으로 적극적으로 구단과 일체감을 느끼려 하고 있다. 더구나 온라인 커뮤니티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한 정보공유와 소통이 활발하게 이뤄지면서 팬들의 요구가 구단 운영에 영향력을 미치는 일은 갈수록 늘어날 전망이다.
하일성 KBS N 해설위원은 “시대의 흐름은 어쩔 수 없지만 바람직한 현상은 아니다”면서 “어느 정도 팬들의 의견은 참고할 수 있어도 의사 결정을 내릴 때 결정적인 영향을 미쳐서는 안 된다. 그렇게 되면 구단 운영을 못한다. 팬들은 겉만 보고, 구단 내부 사정까지는 잘 모른다. 구단 스스로 잘 판단하고 합리적인 결정을 내리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김지섭기자 oni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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