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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은의 길 위의 이야기] 뷔페에 대한 단상

입력
2014.11.06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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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뷔페에 갔다. 어릴 적에는 뷔페만큼 가기 전에 설레는 곳은 없었다. 한식부터 양식, 일식, 중식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음식들이 한곳에 모여 있는 장면은 상상만으로도 군침이 돌았다. 초밥을 한 접시 가득 담아 우걱우걱 먹어도 되고 불고기를 먹다가 피자를 베어 물어도 되는 가능성의 공간이었다. 집에 돌아오는 길은 매번 고역이었다. 어떤 것을 먹어도 되는 가능성이 얼마든지 많이 먹어도 되는 가능성과 일치하진 않았다. 포만감은 어느 순간까지는 기분 좋다가도 도를 지나치면 몸을 혹사시킨다. 꾸역꾸역 배 속을 채웠는데 그것을 소화시키느라 또다시 전전긍긍하다 결국에는 음식물을 비우기 위해 배를 움켜쥐어야 하는 것이다. 가기 전에는 설레지만 갔다 온 뒤에 뷔페만큼 후회되는 곳도 없었다. 그러고 보니 우리나라만큼 뷔페 종류가 다양한 나라도 드물 것이다. 고기 뷔페, 채식 뷔페, 초밥 뷔페, 브런치 뷔페, 분식 뷔페를 비롯하여 얼마 전에는 디저트 뷔페도 문을 열었다. 뷔페라는 이름이 무거워 샐러드 바라는 이름을 사용하는 곳들도 생겨났다. 뷔페에 다녀온 날은 어김없이 나를 발견하는 날이다. 뷔페 가격과 함께 해치운 접시 수를 헤아리던 나, 충분히 배부른데도 이런 기회는 흔치 않다며 한 접시만 더 먹자고 스스로를 다독이던 나, 무리하게 먹은 걸 후회하며 자책하는 나, 다음부터는 적당히 먹자고 다짐하는 나. 뷔페에 차려진 수많은 음식들처럼, 내 속엔 내가 너무나 많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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