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한미재계회의서 美에 요청
우리나라 기업 대표들이 미국에 원유 수출을 확대해 달라고 공식 요청했다. 미국의 원유 수출 재개 여부가 최근 전세계 에너지업계의 관심사로 부상한 가운데 국내 기업들도 미국 원유 수입선 확보를 위한 본격적인 경쟁에 뛰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5일 전국경제인연합회와 미국상공회의소가 공동 주관하는 제26차 한미재계회의 총회에서 우리측 대표는 미국 측에 초경질 원유인 콘덴세이트 수출 확대를 요청했다. 미국 정부는 에너지정책보호법에 따라 원유를 전략자원으로 분류해 39년 동안 수출을 금지했지만 올해 6월 증류를 거친 콘덴세이트는 원유가 아니라고 판단해 자국 기업 2곳에 수출을 허가했다. 셰일가스 개발 붐으로 콘덴세이트가 넘쳐나자 미국 정부가 사실상 편법으로 수출을 허용해준 셈이다. GS칼텍스와 SK이노베이션도 올해 들어 일본 미쓰이상사를 통해 소량의 콘덴세이트를 구입했다.
이날 회의에서 재계는 증류 처리를 거치지 않은 콘덴세이트의 수출도 허용하고 수출물량도 늘려 달라고 요청했다. 정유업체 등은 미국 콘덴세이트 가격이 국제시가에 비해 배럴당 5달러 정도 낮아 미국산을 수입할 경우 경쟁력 강화에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미국 정부도 현재 원유 수출 재개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미국석유협회는 미국이 원유를 수출하면 미국 내에서 일자리 30만개가 창출되고, 무역적자도 233억달러 축소될 것으로 분석했다.
재계 관계자는 “정유업계가 최악의 실적을 내고 있는 만큼 원가절감 차원에서 콘덴세이트에 관심이 커졌다”며 “콘덴세이트 수출이 한미 양국 경제에 긍정적 효과를 줄 것이라는 점을 미국 측에 적극 설명했다”고 밝혔다.
이날 회의에는 양국 위원장인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과 폴 제이콥스 퀼컴 회장을 비롯해 정ㆍ재계인사 70여 명이 참석했다. 한국 재계는 한미경제협력 확대를 위한 4대 과제로 미국 측에 콘덴세이트 수출 확대를 비롯해 미국 공항 입국심사 신속화, 전문직 비자쿼터 확대, 한국산 유정용 강관의 덤핑 판정에 대한 우려 등을 전달했다.
강철원기자 strong@hk.co.kr
▦콘덴세이트
천연가스에서 나오는 휘발성 액체 탄화수소로 지하에 매장돼 있을 때는 기체로 존재하지만 지상으로 끌어올리면 액체가 된다. 콘덴세이트를 정제하면 원유보다 싼 가격에 수익성 높은 제품을 만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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