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떤 때는 선수도 아닌 것 같다니깐.”
류중일(51) 삼성 감독이 표현한 ‘국민 타자’ 이승엽(38ㆍ삼성)이다. “과연 저 공에 헛스윙 한 타자가 몇이나 될까”, 의심을 품은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란 소리다. 한국시리즈(7전 4선승제) 1차전도 마찬가지다. 1루 땅볼, 삼진, 삼진 등 외야로 향한 타구가 없었다. 두 번의 삼진으로 한숨만 푹푹 내쉬었다.
하지만 류 감독은 곧이어 “그래도 이승엽 아니냐”고 말했다. 결정적인 순간, 한 방씩 쳐주는 능력은 가히 최고라는 것이다. 시리즈 전 “이승엽이 쳐 주면 쉽게 이길 수 있다”던 류 감독은 “2차전에서는 (이)승엽이가 잘 해줄 것이다”며 두터운 믿음을 드러냈다.
잠자던 이승엽의 방망이가 폭발했다. 이번 한국시리즈 첫 안타를 결정적인 투런 홈런으로 장식했다. 이승엽은 5일 대구구장에서 열린 넥센과의 한국시리즈 2차전에서 3-0으로 앞선 3회말 상대 선발 헨리 소사의 직구를 잡아 당겨 우측 담장을 넘겼다. 초구 직구 147㎞의 빠른 공을 제대로 걷어 올려 비거리 115m짜리 대포로 연결했다. 이날 성적은 5타수 1안타였지만 류 감독의 말처럼 승부의 균형을 깨는 결정적인 한 방이었다. 삼성은 7-1로 이기며 균형을 맞췄다.
이날 홈런으로 이승엽은 포스트시즌 통산 홈런 단독 선두에 올랐다. 전날까지 타이론 우즈(전 두산)와 13개로 공동 1위였지만, 이 부문 기록을 14개까지 늘렸다. 아울러 포스트시즌 통산 타점도 39개로 늘리며 두산 홍성흔(41개)을 바짝 추격했다. 한국시리즈만 놓고 보면 통산 23타점으로 팀 동료 박한이(25타점)에 2타점 뒤진다.
삼성 선발 윤성환(33)은 7이닝을 4안타 1실점으로 막고 포스트시즌 통산 5승(3패)째를 챙겼다. 한국시리즈에서는 3승(1패)째다. 8회부터는 안지만과 임창용이 각각 1이닝씩을 책임지며 팀 승리를 지켰다. 타선에서는 톱타자 야마이코 나바로가 1회 결승 득점, 2회 투런 홈런 등 4타수 3안타 2타점 3득점으로 펄펄 날았다.
넥센은 박병호가 4회 솔로 홈런으로 이번 포스트시즌 첫 대포를 가동했지만 나머지 타자들의 지원이 이뤄지지 않았다. 선발 소사는 2.2이닝 6안타 6실점으로 3회도 채우지 못하고 강판 됐다. 두 팀은 하루 쉰 뒤 7일 오후 6시 30분 목동구장에서 3차전을 벌인다. 대구=함태수기자 hts7@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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