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청약경쟁 프리미엄까지 주택 경매 광풍 수준 낙찰 90%대
공공기관 이전·국제학교 입학, 전입 인구 가파른 증가세가 원인
지난달 중흥건설이 분양을 마친 ‘제주 강정지구 중흥S-클래스’는 서귀포시의 첫 ‘3억원대 아파트’란 타이틀이 붙었다. 3.3㎡ 당 분양가는 778만원으로 서귀포시 아파트의 평균 매매가 404만원(9월말 기준)의 두 배 수준. 여기에 발코니 확장비, 세금 등을 합하면 3억원이 넘는다. 수도권의 아파트에 견줄 가격임에도 375세대 모집에 2,710명이 몰려 1순위에 청약이 마감됐다. 청약통장을 보유한 도민 중 상당수가 청약에 나선 것이다. 게다가 지금은 3,000만원에서 7,000만원까지 분양권 프리미엄(웃돈)이 붙은 상태다. 서귀포시 공인중개소 한 대표는 “제주도에 드문 대단지 아파트인 데다 바다를 직접 볼 수 있다는 점에서 도민들의 관심이 뜨거웠다”며 “외지인들도 관심을 많이 보였지만 1순위에서 마감돼 아예 기회가 없었다”고 전했다.
제주도의 부동산 열기가 토지에서 주택으로 옮겨 붙고 있다. 신규 분양이나 주택 경매에 나온 물건들이 높은 가격에도 불구하고 수요가 몰리며 품귀 현상을 빚고 있다. 땅값 상승으로 부동산 경기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진 데다 외지인의 유입이 꾸준히 늘어난 결과라는 분석이다. 토지에 이어 건물과 주택까지 사들이는 중국인들의 부동산 구매 열풍도 이 같은 분위기를 부추기고 있다.
제주도의 부동산 열기는 토지에서 출발했다. 금융위기가 닥친 2008년을 기점으로 하락세로 돌아선 지가는 2010년부터 정부의 투자 이민제 정책에 따른 개발 기대감으로 1% 넘는 상승세를 지속했다. 올 들어서는 9월까지 2.3% 상승해 최근 10년 사이 가장 큰 폭의 오름폭을 기록 중이다.
이 같은 분위기는 주택시장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KB국민은행 부동산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0.49% 하락한 제주의 주택가격은 올 9월까지 2.99% 상승세로 돌아선 상태다. 특히 작년의 아파트 청약경쟁률은 평균 0.34%에 그쳤지만, 올해는 7.23%로 치솟았다.
주택 경매 시장은 가히 ‘광풍’ 수준이다. 지난달 6일 제주지법에서 부쳐진 제주시 애월읍의 한 단독주택에는 131명의 응찰자가 몰려 박모씨가 감정가의 3.4배에 이르는 1억2,179만원에 낙찰 받았다. 이창동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한 달에 주택이 20~30개 정도가 경매로 나오는데 대부분 감정가보다 높게 낙찰돼 제주도의 낙찰률은 수도권의 두 배 이상인 90%를 넘어선 상태”라고 말했다.
주택 가격 상승의 원인으로는 우선 인구 증가가 꼽힌다. 특히 거주를 목적으로 한 타지역으로부터의 전입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김민지 부동산114 연구원은 “제주도의 경우 35세~44세와 0세~14세의 전입비중이 타 지역에 비해 크게 높은 편”이라며 “공공기관 이전 인구와 국제학교 입학이나 관광사업에 투자를 희망하는 40대, 귀농?귀촌자 등 ‘부부+자녀’들의 전입이 늘면서 주택시장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인들의 주택 매입이 늘고 있는 점도 가격 상승의 한 요인으로 거론된다. 투자 이민제 실시 이후 토지를 대거 매입한 중국인들이 세컨드하우스나 사업 거점 등의 목적으로 주택을 사들이는 경우가 늘고 있다는 것이다. 김태일 제주대 교수는 “도심지의 경우 대부분의 땅을 중국인들이 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상황”이라며 “최근에는 개발업자들이 투기 목적으로 주택 매입을 병행하고 있는 사례들이 전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분위기가 오래 지속되기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특히 중국인들의 부동산 매입이 한계에 이르고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김태일 교수는 “중국인들이 투자를 해도 도민들에게 혜택이 거의 돌아오지 않으면서 부동산 매입에 대한 거부감이 매우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날 제주도의회가 발표한 설문조사 결과 도민 절반 이상이 부동산 투자이민제의 존속기한인 2018년 이후엔 제도를 폐지해야 한다고 답했다.
공공기관 이전에 따른 일시적인 상승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허윤경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세종시 등 공공기관이 이전하는 지역은 대부분 초기엔 주택시장 분위기가 좋았다”며 “하지만 고립된 섬이라는 지역적인 특성에다 추가로 수요가 발생하기 어렵다는 점은 염두에 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환구기자 red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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