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주의 비만차별금지법 이끌어 해마다 뚱보 명예의 전당 선정
한국은 비만권익보호 단체는 물론 현재까지 제대로 된 법 조항도 없어
“우리는 뚱뚱할 권리가 있다”
미국의 비만인 권익단체인 NAAFA(National Association to Advance Fat Acceptance)는 1969년 뉴욕주 우드스탁에서 처음 설립됐다. 이들은 ‘뚱뚱한 사람들의 권리’를 주장하면서 비만이 잘못된 것이 아니라 가르친다. 체중이나 키 등 외모에 의한 기준은 편견이며 신체적 특성은 개성의 하나로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NAAFA는 패션쇼 및 미인대회 개최와 파티, 연례총회, 소모임 등을 통해 타인의 시선 때문에 외출을 꺼리는 비만인들을 사회로 이끈다. 매년 선정하는 ‘뚱보 명예의 전당’에는 윈스터 처칠 영국총리, 알프레도 히치콕 감독을 비롯해 산타클로스까지 역대 수상자로 올라있다. 또 NAAFA에서 독립한 비만허용단체 ‘팻 언더그라운드’(Fat Underground)는 ‘비만 선언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NAAFA의 가장 큰 성과는 미국 각 주 정부에서 비만 차별 금지 법안제정을 관철시킨 것이다. 1977년 미국 미시건 주에서는 과체중인 사람에 대한 차별금지법을 통과시켰고 워싱턴DC, 샌프란시스코, 산타크루즈, 빙헴트, 얼바나, 메디슨 등의 도시에서도 외모에 인한 차별을 법으로 금지하고 있다. 네바다 주에서도 비슷한 내용의 법안이 대기 중이다. 미국에서 시작된 비만허용운동은 영국과 프랑스 등지로도 퍼져나가며 본인의 체형을 타인의 간섭 없이 유지할 수 있는 권리를 주장하고 있다.
반면 국내에는 비만인들의 권익을 보호하는 단체가 존재하지 않는다. ‘대한 비만 학회’ ‘대한 비만치료 협회’ ‘대한 다이어트 협회’등 비만을 관리하는 단체가 여럿 존재하는 것과는 사뭇 반대되는 양상이다. 비만인들을 보호할 수 있는 법 조항도 제대로 없다. 현재까지도 국회에 관련 법안이나 유사 법안은 발의되지 않았다. 송기춘 전북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국가인권위원회법과 근로기준법에서 용모 차별을 제한하는 조항은 있지만 헌법에는 용모 등에 의한 차별을 금지하는 조항이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비만인에 대한 차별 대우는 분명 범죄다. 국가인권위원회 법 제2조 제3호에서는 신체조건 등 합리적인 이유가 없는 차별대우는 평등권 침해라고 규정하고 있다. 또 근로기준법 제6조에서도 근로자를 사회적 신분을 이유로 차별하지 못한다고 되어있다. 그러나 포괄적으로 차별을 금지하다 보니, 면접낙방처럼 사회 곳곳에서 뚱뚱한 사람에 대한 명백한 차별은 지금도 일어나고 있다. 송 교수는 “업무수행 능력과 용모가 관계가 없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는 만큼 비만 등을 이유로 차별하는 것은 정당화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전혼잎기자 hoi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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