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변협에 민변 변호사들 징계 신청
"진실에의 의무 망각 우려" 불구, 공안사건 변호사만 타깃 뒷말
민변 "헌법상 권리 침해" 성명
변호인의 정당한 ‘변론권’ 행사인가, 아니면 ‘진실에의 의무’를 저버린 것인가.
검찰이 최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 소속 변호사들이 피고인한테 허위진술이나 묵비권 행사를 종용했다며 대한변호사협회(변협)에 징계를 신청하면서 변론권의 범위를 둘러싼 논란이 일 전망이다. 유독 공안사건을 맡은 민변 변호사를 타깃으로 한 것이어서 뒷말이 나오고 있다.
5일 검찰과 민변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공공형사수사부(부장 김동주)는 지난달 말 민변 변호사 7명을 징계해 달라고 변협에 신청했다. 이들 중 권영국(51) 이덕우(57) 변호사 등 5명은 집회 현장에서 경찰관을 폭행한 혐의 등으로 최근 불구속 기소됐는데, 검찰은 통상적인 절차대로 이들을 사법처리할 때 징계도 함께 신청했다. 변협은 진상조사를 거쳐 징계 여부 및 수위(과태료, 업무정지, 영구제명 등)를 정한다.
논란의 지점은 기소되지 않은 다른 2명의 징계 사유다. 검찰은 여간첩 이모(39)씨를 변호한 장경욱(46) 변호사에 대해 “이씨한테 ‘북한 보위부 문제는 모두 거짓이라고 진술해야 한다’고 종용했다”고 밝혔다. 당시 이씨가 ‘허위진술을 시키는 변호사가 이상하다’는 내용의 편지를 국가정보원장에게 보낸 사실도 공개했다. 김인숙(52) 변호사의 경우, 세월호 집회 때 하이힐로 경찰관의 머리를 찍은 진모(47)씨가 자백을 하려 하자 조사실 밖으로 데려나가서 “진술거부권을 행사하라”고 강요했다는 것이다. 기소할 사안까지는 아니지만, 적어도 변호사의 의무 위반에 해당한다는 게 검찰의 설명이다.
이런 판단의 근거는 “변호사는 그 직무를 수행할 때에 진실을 은폐하거나 거짓 진술을 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정한 변호사법 24조 2항이다. 검찰 관계자는 “변론권을 무제한 허용할 경우 변호사가 ‘진실 의무’를 망각하는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며 “그 한계가 무엇인지, 변호사단체 내에서 논의를 해 봐야 할 때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의뢰인의 자백 의사에 반하면서까지 허위진술, 진술거부 등을 강요하는 행위는 문제가 있다는 뜻이다. 검찰이 변호사의 진실 의무 위반을 사유로 징계를 신청한 것은 처음이다.
해당 변호사들과 민변은 거세게 반발했다. 장 변호사는 “이씨는 해리성 정신장애를 겪고 있으며, 지금도 ‘변호사밖에 의지할 곳이 없다. 재심을 어떻게 하면 되느냐’고 도움을 구하고 있다”고 검찰 주장을 반박했다. 김 변호사도 “진술거부권은 검찰과 경찰, 법원에서도 고지하는 당연한 권리인데, 이를 의뢰인한테 알려준 것을 이유로 징계를 청구하는 것은 검찰이 기본적인 형사사법체계를 부인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민변은 성명을 내고 “법정 공방의 상대방인 검찰이 자의적으로 판단해 변호사의 변론을 문제삼는 것은 변호사와 의뢰인의 헌법상 권리에 대한 중대한 침해”라고 비판했다.
김정우기자 woo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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