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 학생은 장난·차별 감수해야" 일부 학부모·교사들 생각이 문제
'모두가 1등 달리기' 급우들처럼… 장애 친구와 소통하는 법 가르쳐야
“사춘기를 겪는 아이들이 심한 말을 하며 장난을 칠 수도 있는데 그것도 감수하지 못한다면 장애학생을 일반학교에 보내면 안 되는 것 아닌가요?”
비장애인 학생과 통합교육을 받는 장애인 학생들이 학교생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문제점에 대한 보도(본보 10월31일자 8면ㆍ11월5일자 10면)와 관련해 한 학부모는 전화를 걸어와 이렇게 말했다. 하지만 장애학생이기에 감수해야 할 것은 과연 무엇일까?
지난달 경기 용인 제일초등학교의 가을운동회 사진이 큰 화제가 됐다. 6학년 2반 학생 다섯 명이 손을 잡고 나란히 뛰는 모습이었다. 친구들의 손에 이끌려 왼쪽 끝에서 뛴 학생은 유난히 키가 작았다. 뼈의 성장이 이뤄지지 않는 선천성 질병인 연골무형성증에 걸린 김기국(12)군이었다. 먼저 달리던 학생들은 갑자기 멈춘 뒤 꼴찌로 달려오던 기국이의 손을 잡고 나란히 결승선에 들어왔다. 지체장애 6급으로 친구들처럼 빨리 뛸 수 없어 매년 운동회때마다 상처를 받았던 기국이는 이날 손바닥에 ‘1등 도장’을 받았고, 기국이의 가족들은 ‘모두가 1등이었던 달리기’에 눈물을 펑펑 쏟았다.
제일초등학교의 비장애학생들은 장애학생을 특별하거나 괴상한 존재로 생각하지 않고, 감기에 걸린 친구처럼 일상 속에서 받아들이고 있었다. 키가 작은 친구와 발걸음 속도를 맞추는 건 사진을 찍을 때 키가 큰 친구가 뒤에 서고, 키가 작은 친구가 앞에 서는 것처럼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라는 것이다.
이런 인식이 형성된 뒤에는 ‘장애는 조금 다른 것일 뿐’이라고 가르친 교사가 있었다. 6학년 2반 담임인 정희옥 교사는 “장애인을 비하하는 말이나 행동에 대해서는 잘못된 것이라고 따끔하게 야단친다”면서도 “행여나 다른 아이들이 역차별을 받는다고 느끼지 않게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기국이는 의자에 앉아도 발이 땅에 닿지 않아 늘 다리가 부어 있었는데, 정 교사는 기국이의 의견을 물어본 뒤 책상을 낮추는 대신 발 밑에 반 친구들이 구해 온 받침대를 놓아주었다. 혼자 낮은 책상에 앉는 장애학생은 스스로 무언가 부족하다는 인식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었다. 장애 학생의 처지와 생각에 대한 고려 없이 배려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뜻이기도 했다.
제일초등학교 학생들은 통합교육을 통해 장애학생과 비장애학생이 서로 소통하는 법을 배우고, 편견을 없앨 수 있다는 것을 실제로 보여줬다. 한 장애학생의 학부모는 “과도한 특혜와 배려를 바라는 게 아니라 장애학생들이 겪을 불편함을 조금만이라도 생각해 학습 환경을 보호해달라는 것”이라며 “장애학생을 괴롭히는 학생들도 장애인에 대한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한 피해자이기도 하다”고 했다. 교사와 학부모 등 어른들의 인식이 바뀌지 않으면 장애인 통합교육은 의미 없는 ‘장애학생-비장애학생 섞어놓기’에 불과하다.
아이들이 장애인을 바라보는 시각은 어른들로부터 온다. 제일초등학교 학생들이 장애인 친구를 대하는 태도는 교사와 학부모 등 어른들에게서 자연스럽게 배운 결과였을 것이다.
기국이의 후배인 제일초등학교의 한 3학년 학생은 ‘꼴찌 없는 달리기’에 대한 기사와 방송을 본 뒤 부모에게 이렇게 물었다고 한다. “기국이 형이 장애인이었어?”
양진하기자 realh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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