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시도교육감協 거부 선언 후 "누리과정 6405억 편성 못해"
지방교부금 줄고 부담액은 증가, 다른 시도교육청으로 도미노 전망
재정난을 호소하던 경기교육청이 결국 내년 예산에 누리과정 어린이집 보육료를 편성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달 전국 시도교육감협의회가 어린이집 보육료를 편성할 수 없다고 선언한 이후 처음 실행에 옮긴 것으로, 다른 시도교육청도 누리과정 예산 미편성 대열에 동참할 것으로 보여 유아 무상보육체제에 일대 혼란이 불가피해졌다. 예산이 확보되지 않을 경우 방과 후 과정까지 포함하면 아이 한 명당 최대 29만원인 보육료 지원이 끊기게 된다.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은 5일 도교육청에서 가진 ‘경기교육 재정현황 설명회’에서 2015년도 긴축재정 계획을 발표하며 누리과정 소요액 1조460억원 가운데 3,898억원만 편성하고 6,405억원을 편성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미 편성분은 유치원 누리과정 1.9개월분 735억원과 어린이집 보육료 전액 5,670억원이다. 도교육청은 내년 세입은 올해보다 3,414억원 줄었으나 세출 요구액은 세입 대비 1조5,000억원을 초과해 긴축재정안을 마련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교육사업 중 하나인 누리과정 예산(1조460억원)이 유치원 및 초중고교에 지원하는 학교기본운영비(8,418억원)를 웃도는 것은 기형적 구조”라며 “교부금 비율조정 등 근본적인 조처가 뒤따르지 않으면 교육전반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런 사정은 다른 시도교육청도 마찬가지다. 서울시교육청은 아직 예산안을 확정하지 않았지만 재원부족을 이유로 어린이집 보육료 편성을 검토하지 않고 있다. 전북도교육청도 내년 누리과정 소요액 1,453억 가운데 유치원 부문만 편성하고 어린이집 부문 817억원은 한 푼도 반영하지 않았고, 부산시교육청도 어린이집 누리과정비 976억원을 포함시키지 않기로 했다. 대전시ㆍ광주시ㆍ전남도ㆍ강원도ㆍ제주도교육청 등도 미편성 방침을 밝힌 상태이며 나머지 교육청들도 현실적으로 어린이집 보육료를 편성할 가능성은 낮다.
누리과정 예산 미편성 사태는 이미 예고돼왔다. 내년도 전국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은 39조5,206억원으로 올해보다 1조3,475억원이 줄었다. 그러나 만 3∼5세 누리과정비(유치원 학비, 어린이집 보육료, 방과후 과정비)를 내년부터 시도교육청이 전액 부담하게 되면서 재정 결손이 불가피해졌다. 3세 보육료의 경우 올해 광역지방자치단체가 70% 분담했으나 이마저 시도교육청 몫이 됐다. 자체 수입이 없이 대부분 교부금에 의존하는 교육청으로선 대체 투입할 재원이 없는 상태다.
경기도교육청의 경우 올해 누리과정 소요액은 9,095억원이었으나 내년에 1조460억원으로 늘어났고 대전시교육청은 178억원, 전북도교육청은 203억원, 부산시교육청은 301억원, 강원도교육청은 180억원이 올해보다 증가한다. 이 때문에 전국 시도교육감들은 그 동안 유치원 교육비는 부담하더라도 어린이집 보육료는 부담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전국 시도교육감협의회는 이날 새정치민주연합과의 간담회에서 “진보ㆍ보수를 가릴 것 없이 17개 교육청 모두가 누리과정 예산 편성을 하지 않을 것”이라며 “중앙정부는 심각성을 깨닫고 예산을 편성해 보육대란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라”고 촉구했다.
김기중기자 k2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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