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지겠다는 사람 한 명 없다. 야구단은 난파 직전까지 몰렸는데 여전히 서로 헐뜯기 바쁘다. 프로야구의 축제 2014 포스트시즌도 완전히 김이 샜다. 롯데 내분 사태 때문이다.
정규시즌이 끝나고 만천하에 공개된 롯데의 곪은 종기는 크게 4가지다. ▲CCTV를 통해 불법적으로 선수단을 감시한 구단 대표 이사 ▲최근 3년 간 선수단에게 신뢰를 잃은 운영 부장 ▲분란을 일으킨 선수들 ▲이 과정에서 책임 전가에 바쁜 구단 대표와 운영 부장이다.
야구단 모든 구성원들이 진흙탕 싸움을 벌이고 있다. 프런트는 프런트끼리, 선수들마저 프런트와 갈등 관계에 놓였다. 치킨 게임이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는 모양새다. 선수는 운영 부장을 비난하고 운영 부장은 대표 이사에 총을 겨눈다. 대표이사는 다시 운영부장 탓을 하면서 한국프로야구 사상 초유의 내분 사태로 일파 만파다. 롯데 팬들은 아예 “차라리 야구단을 해체하라”고 목소리를 높이니, 한 두 명이 옷을 벗는다고 끝날 문제는 아닌 듯 하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심상정(55) 정의당 의원은 5일 “롯데 구단이 호텔에 설치된 CCTV로 선수들의 사생활을 감시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국회 정론관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롯데 구단)최하진 대표가 원정 경기 때 묵을 호텔을 직접 예약했고, 호텔 측에 CCTV 녹화자료를 받을 수 있는지 문의해 계약 조건에 포함했다”면서 “롯데 선수들의 인권이 심각한 사각지대에 놓인 것을 알 수 있다”고 밝혔다.
충격적인 불법 사찰이다. 선수들의 외출 및 복귀시각, 동행자 여부까지 상세히 기록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왜 선수들이 들고 일어 났는지를 설명하진 못 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선수들은 주동자 최 대표의 이름을 크게 거론하지 않고 있다. 인격적인 모멸감을 느낄 법도 한데, 오히려 “참을 만큼 참았다. 현 운영 부장이 온 뒤부터 편이 갈리고 라인이 생겼다. 지금 시스템에서는 야구를 할 수 없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롯데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는 “운영 부장이 야구 선배라는 위세로 막말을 하고, 고압적인 태도로 연봉 협상을 하면서 신뢰를 잃은 것 같다”고 전했다. 그는 “선수들이 두 차례나 선수단 이름으로 성명서를 발표했을 때도 CCTV 얘기는 없었다. 이미 최 대표가 지시한 걸 눈치채고 있었다는 의미”라며 “선수들이 문제 삼는 건 오직 운영 부장의 태도”라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가 밝힌 대로 CCTV 불법 사찰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은 비교적 최근 일이다. 내홍의 원흉으로 지목된 운영 부장이 폭로전에 나서면서부터다. 궁지에 몰린 그는 ‘마치 내가 CCTV 감시를 시킨 것으로 아는데 억울하다. 모든 건 대표가 꾸민 일’이라고 여러 차례 입장을 밝혔다. 그러자 대표 이사 역시 ‘CCTV로 감시한다는 사실을 선수들에게 통보하라고 분명 히 지시했다’고 맞받아 쳤다.
결론적으로 대표 이사도, 운영 부장도, 선수단에게도 모두 책임이 있다. 누구 하나 이번 사태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불법적인 일을 감행한 사장, CCTV 문제와 별개로 팀의 살림을 맡고 있는 자리에서 ‘횡포’를 부린 운영 부장, 섣불리 성명서를 내면서 일을 키운 선수단이 한데 얽혀 진흙탕 싸움을 만들었다. 내분 폭발 열흘째, 하지만 모그룹 롯데는 굳게 입을 다물고 있다. 그저 한 바탕 폭풍이 지나가길 바라는 심정일까. 구도(球都) 부산의 자존심 마저 짓뭉개는 난장판을 더 이상 보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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