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ELS' 마저...종목별 상품에 공포 엄습
ELS, 올해 누적발행 55조원
불완전 판매 우려도 상당
올 들어 주가연계증권(ELS)은 시중자금 블랙홀로 통했다. ELS는 주가지수나 특정종목을 기초자산으로 하고 여기에 파생상품을 결합해 만기까지 주가가 일정 한도 아래로 떨어지지 않으면 5~10%의 상당히 높은 수익을 보장해주는 상품. 초저금리에 투자처를 찾지 못한 자금이 수익률을 좇아 ELS에 몰리면서 폭발적인 팽창을 해왔다. 연초 이후 누적 발행액이 50조원을 훌쩍 넘는다. 한쪽에선 과열 경보음을 연신 울려대기도 했지만, 개인은 물론 기관 투자자까지 달려 들면서 인기는 식을 줄 몰랐다.
그런 ELS 시장에 터질 것이 터졌다. 현대차를 비롯한 국내 대형주들의 주가가 급락하면서 일부 ELS가 원금 손실 구간(녹인ㆍKnock-in)에 진입하는 등 ‘녹인 공포’가 엄습하기 시작했다. 일각에선 또다시 불완전 판매 논란에 휩싸이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제기된다.
5일 유가증권시장에서 현대차 주가는 또다시 2.58% 떨어진 15만1,000원으로 마감됐다. 벌써 닷새 연속 하락세다. 한전 부지 인수 발표 전날인 9월17일(21만8,000원)과 비교하면 낙폭이 30%를 훨씬 넘는다. 한전 부지 인수에 따른 자금 부담에 엔저(低)에 따른 수출 타격 우려까지 겹치면서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 2위 자리까지 SK하이닉스에 내줬을 정도다.
문제는 현대차 주식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ELS들이 속속 녹인 구간에 진입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지난해 10월14일 현대차 주식과 코스피200지수를 기초자산으로 발행된 ‘삼성증권 9150호’ ELS는 당시 현대차 기준가를 26만4,500원으로 설정했다. 기준가보다 주가가 40%(15만8,700원)이상 하락 시에 녹인 구간에 진입하는데 최근 들어 주가가 15만원대로 내려서면서 원금 손실 가능성이 높아졌다. 업계에서는 현대차 기준가가 26만원 이상일 때 발행된 ELS 물량이 500억원이 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중 일부가 조기 상환됐다고 가정하더라도 손실 규모가 상당할 수밖에 없다.
단지 현대차 ELS 만이 녹인 공포에 휩싸여 있는 게 아니다. LG화학ㆍ현대중공업ㆍ에쓰오일ㆍOCIㆍ두산중공업ㆍ롯데케미칼ㆍSK이노베이션 등 정유ㆍ화학ㆍ조선업종의 주요 종목들 주가가 2,3년 전에 비해 절반 이상 떨어지면서 이 종목이 편입된 ELS 상당수도 녹인 구간에 들어간 상태다. 현대차와 LG화학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하나대투증권 2094호’ ELS가 만기일이었던 3일 연 평균 수익률이 -15.54%를 기록하면서 투자자 상당수가 원금을 건지지 못한 게 대표적이다.
이에 따라 과도한 ELS 열풍에 옥석 가리기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강하게 제기된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 들어 10월말까지 ELS 누적 발행액은 54조7,000억원에 달한다. 매월 5조원 넘는 자금이 ELS로 몰려 들었다는 얘기다. 특히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내리기 시작한 8월 이후 월 발행액은 6조4,483억원(8월) →8조3,324억원(9월) →6조9,749억원(10월) 등 사상 최대치 행진을 이어가는 중이다.
문제는 금융사들이 경쟁적으로 ELS 판매에 열을 올리면서 불완전 판매 우려도 상당하다는 점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주가가 떨어지더라도 한계선만 넘지 않으면 고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며 고객들을 유인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원금 손실 가능성을 충분히 설명하지 않는 경우도 적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투자자들 스스로 보다 세심한 주의를 기울일 수밖에 없다. 이중호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과거와 달리 대형주도 안정적이지 않다”며 “녹인 구간에 진입했다고 곧바로 손실이 나지는 않겠지만 상환시점의 주가방향에 따라 수익이 천차만별일 수 있어 투자에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지원기자 styl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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