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에 감사" 광화문광장으로 이동
대통령 면담을 요구하며 76일간 청운ㆍ효자동 주민센터 앞에서 농성을 벌여온 세월호 유가족들이 5일 철수했다. 이들은 “대통령에 대한 기대를 접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세월호 참사 희생자ㆍ실종자ㆍ생존자 가족대책위원회는 이날 농성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자리를 떠나 안산과 광화문광장, 전국으로 국민들을 만나러 간다”고 밝혔다.
가족대책위는 올해 8월 22일부터 세월호특별법 제정에 대한 청와대의 결단과 박근혜 대통령 면담을 요구하며 주민센터 앞에서 농성을 벌여왔다. 가족대책위는 “언제든 찾아오라는 대통령 말씀을 믿었지만 한 번도 만날 수 없었다”며 “지난달 29일 국회 세월호 농성장을 지나던 대통령이 유가족에게 눈길 한 번 주지 않는 것을 보고 더 이상의 기다림은 의미가 없다고 결론 내렸다”고 말했다.
유가족들은 농성 기간 식사와 편의시설 등을 제공해준 시민들과 단체, 주민센터 관계자와 인근 파출소 직원들을 일일이 거론하며 감사의 뜻을 전했다. ‘리멤버 0416’ 회원 등 기자회견에 동참해준 시민들에게는 “함께 울어주셔서 감사합니다”라며 고개 숙여 인사하기도 했다. 가족대책위는 농성 텐트를 걷어 주민센터에 기증하고, 걸개그림 등 나머지 물품들은 안산의 ‘4ㆍ16 기억저장소’로 보내기로 했다.
이곳에 상주하던 유가족 6명과 자원봉사자 등은 광화문광장으로 이동해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요구 활동을 이어갈 계획이다. 7월 12일부터 117일째 유지되고 있는 국회 본청 앞 농성장은 7일 국회 본회의에서 특별법이 합의대로 통과되는지 지켜본 뒤 철수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다만 7월 14일 설치한 광화문광장 농성장은 좀더 유지하기로 했다. 유경근 가족대책위 대변인은 “광화문 농성장은 시민들과 함께하는 곳이어서 가족들의 뜻만으로 철수할 수 없다”며 “진상조사위 구성과 활동 등을 지켜보며 시민들과 상의해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소영기자 sosyo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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