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이 어제 기자회견에서 새누리당이 공무원연금개혁안의 재정절감 추계가 2080년까지 442조원이라고 밝힌 것에 대해 “113조원에 불과하다”며 비판하고 나섰다. 새정치연합 공적연금발전 태스크포스는 “새누리당 발의안대로라면 정부가 부담하는 보전금은 줄지만 퇴직수당을 일반기업 수준으로 올리는 데 따른 부담이 더 늘게 된다”며 “퇴직수당 부담액을 고려하면 재정절감 효과가 크지 않다”고 지적했다.
새정치연합은 또 공무원연금을 국민연금에 맞추겠다는 새누리당 안의 취지는 하향평준화로 공적 연금을 약화시켜 사적 연금을 활성화하려는 의도라고도 했다. 우윤근 새정치연합 원내대표는 “연금개혁에 전적으로 공감하지만 절차에서 군사작전 하듯이 밀어붙여선 안 된다”며 여야는 물론 정부와 시민단체가 참여하는 협의체에서 사회적 합의를 이루는 개혁이 돼야 한다고도 했다.
사실 재정추계라는 것은 방법론에 따라 숫자가 고무줄처럼 늘어날 수도 있고, 줄어들 수 있다. 그래서 새누리당 계산이 맞는지, 새정치연합 계산이 맞는지 알 수 없고, 한편으론 둘 다 맞을 수도, 둘 다 틀릴 수도 있는 게 추계의 성격이다. 또 새누리당의 하향평준화가 옳은 방법인지, 아니면 야당이 주장하는 것처럼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의 상향과 공무원연금의 하향을 통한 공적 연금의 절충이 맞는지도 따져볼 문제다. 야당이 거론하는 절충안, 이른바 ‘중향평준화’가 가능하다면 더할 나위 없지만 총량적인 재정절감 효과가 얼마나 될지 회의적인 시선이 적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우 대표 말처럼 사회적 합의에 기초한 개혁이라는 지난한 길을 뚫어볼 필요도 있다. 공무원 가족으로 따지면 최소 400만 이해당사자가 있는 연금 개혁이 일방통행식으로 이루어질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 공무원연금 개혁을 대하는 새정치연합 태도는 관찰자 내지 논평인의 자세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공적연금발전 태스크포스 단장인 강기정 의원은 당 차원에서 별도의 안을 내놓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연금문제와 개정 절차의 특수성 때문에 새로운 안을 내놓는 순간 갈등이 더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강 의원은 “사회적 기구 합의, 정부의 책임 있는 법안 제출과 동시에 우리 입장을 내겠다”고 했다.
지난달 28일 발의한 새누리당의 공무원연금 개정안이 정부안이나 다름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강 의원의 주장은 이해하기 어렵다. 사회적 협의기구 합의 등 이런저런 조건을 다는 것은 정치적 위험을 피해가겠다는 뜻으로밖에 들리지 않는다. 상대방 안을 비판하는 것은 새정치연합이 아니라도, 누구나 할 수 있다. 10년간 국가를 책임졌다는 정당의 자세가 아니다. 백년대계를 위해 손해와 책임을 감수할 자세가 돼 있지 않으면 만년 야당을 벗어날 수 없다. 차라리 공무원연금을 개혁하지 말자는 게 새정치연합의 입장이라고 선언한다면 솔직하다는 평이라도 들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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