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실패라고는 모르는 사람 같다. 벌써 네 번째 프로젝트를 성공시킨 CJ E&M의 나영석(39) PD말이다.
그는 ‘해피선데이-1박2일’로 KBS의 간판 예능 PD가 돼 이름값을 올리더니 2013년 돌연 CJ E&M으로 자리를 옮겨 방송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그렇게 옮겨간 CJ E&M에서도 만드는 프로그램마다 성공 신화를 쓰고 있다.
10월 17일 첫 방송된 tvN ‘삼시세끼’는 제목이 말하듯 먹는 것을 주제로 한 리얼리티 예능이다. 강원 정선의 시골집에서 배우 이서진과 아이돌그룹 2PM의 옥택연이 방송 시간 내내 먹는 것을 고민한다. 시골 생활과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두 사람이 가마솥에 밥을 짓고 깍두기를 담그며 찌개와 국을 끓이는 모습이 생소하면서도 우습다. 시청률이 2~3%대만 나와도 성공이라는 케이블 시장에서 ‘삼시세끼’는 지난달 31일 6%대를 기록했다. 서울 마포구 상암동 CJ E&M 사무실에서 만난 나 PD는 “너무 잘돼 오히려 부담”이라며 멋쩍게 웃었다.
“‘삼시세끼’는 굉장히 리얼합니다. 현실적인 화면을 내세우니까요. 핵심은 판타지예요. 여행이나 시골에는 판타지를 자극하는 무언가가 있습니다. 시청자를 대리만족시킨 것이 공감대를 형성한 것 같아요.”
‘꽃보다 할배’ ‘꽃보다 누나’ ‘꽃보다 청춘’에 이은 ‘삼시세끼’는 해외여행에서 농촌과 시골생활로 콘셉트의 방향을 옮겼다. 나 PD는 ‘꽃보다 청춘’이 끝나고 무언가를 또 내놓아야 하는 상황이 닥치자 그간 품고 있던 시골 생활의 아이디어를 실행에 옮겼다고 했다. 맨 땅에 헤딩하는 식으로 “일단 해보자”며 동료 PD와 작가를 설득했다. 지금이야 8부작으로 돼있지만 시작해보고 반응이 신통치 않으면 1,2회 만에 접으려고도 했다. 그런데 지금은 시청률이 좋아 오히려 1, 2회 더 연장할 수도 있다.



“이서진씨를 섭외할 때만 해도 그저 시골이라는 설정 밖에 없었어요. 이서진씨가 뭐 하는 프로그램이냐고 물었을 때 ‘나도 몰라’라고 대답했습니다. 윤여정 선생님을 첫 게스트로 섭외할 때도 ‘저도 잘 모르겠어요. 망할 것 같아요’라고 했죠(웃음). 윤 선생님께선 ‘망할 때 됐어’라면서도 출연해주셨고요.”
정선의 시골 집은 전국 방방곡곡을 돌며 촬영했던 ‘1박2일’의 친분으로 군청 관계자의 도움을 받아 빌릴 수 있었다. 제작진은 그 곳 텃밭에 상추, 파, 고추 등을 미리 심은 채 이서진과 옥택연을 끌어들였다. 이서진과 옥택연은 나 PD가 가끔 등장하면 티격태격하는 모습을 보인다. “두 사람은 예능인이 아니기 때문에 리얼리티 프로가 어색할 수 있어요. 익숙하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물어보지 않으면 대답도 안 해요. 그래서 제가 가끔 얼굴을 비치고 슬쩍 말을 붙이는데 두 사람이 그때마다 불만을 표출해 시청자에게 재미있는 장면을 선사하는가 봐요.”
나영석이라는 이름이 ‘믿고 보는’ 상징성을 띤 지도 벌써 2년째다. ‘응답하라’ 시리즈의 이우정 작가와 이서진 등 든든한 파트너들의 역할이 한 몫 했을 터. “시청자의 기대치가 높아질수록 더 노심초사합니다. 실망을 안겨드릴 수 있기 때문이지요. 그러나 잔 실수나 재미없는 장면 등은 그냥 건너뛰며 이해해 주시는 것 같아요. 윤여정 선생님이 ‘한 번 망해봐야 한다. 그 시기를 잘 넘겨라’고 농담처럼 말한 적이 있습니다. 실패에 대한 대비를 항상 하는 게 오히려 힘이 되는 것 같아요.”
강은영기자 kis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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