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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나무의 어떤 풍경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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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나무의 어떤 풍경들

입력
2014.11.05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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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한 절터의 천년 쯤 묵은 느티나무도 단풍이 들어 자잘한 잎들이 바람에 나부대고 있었다. 나무의 시간은 봄의 초록 이파리보다 가을 절정의 단풍에서 더 실감하는 편이다. 노쇠한 나무의 마지막 나날들은 특히 그러해서, 누군가의 무사 귀환을 염원할 때 나뭇가지에 노란 리본을 매다는 제의적 풍습이 어쩌면 그 풍경에서 유비(類比)된 건 아닐까 생각했다. 처절해서 아름다운 흔치 않은 갈망이 거기 있었다.

독일 동부 마그데부르크의 어느 숲 속. 늙은 참나무 둥치에 누군가가 얼굴을 그려 넣었다. 빨간 코 하얀 눈, 벙그레 열리는 입술. 머리 결처럼 드리운 단풍 잎들로 표정에 생기도 돈다. 저 모습은 정령들이 사는 동화의 숲이나 베오울프가 사는 신화의 한 장면을 연상케 한다. 그 누군가는, 실정법 위반일 게 분명한 저 개입으로, 동화나 신화의 한 순간을 염원했을지 모르겠다.

대상에 감정을 이입하는 순간 풍경은 개별화한다. 발터 벤야민이 경계한 것처럼 지나친 감정이입은 의미를 도식화할 수 있다. 하지만 누군가의 특별한 풍경은 긴 시간 속에서 보편의 아름다운 풍습이 되기도 한다.

최윤필기자 proose@hk.co.kr 마그데부르크=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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