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들 다독여 시즌 초반 돌풍
프로배구 한국전력은 시즌 때마다 혹독한 겨울을 보내야 했다. ‘만년 꼴찌’라는 닉네임은 단골로 입에 오르내렸다. 그러던 한국전력이 ‘봄’을 맞이한 것일까. 2일과 4일, ‘천적’으로 군림하던 삼성화재와 현대캐피탈을 차례로 제압하면서 이전과 사뭇 달라졌다는 평가가 흘러나왔다. 이른바 신영철 감독의 ‘햇빛 리더십’이다.
신 감독은 “늘 ‘역지사지’를 강조했다”며 “동료가 범실을 냈을 때도 다시 커버하면 된다고 생각하라고 주문했다”고 말했다. 달라진 한국전력의 이면에 호통보다는 선수들을 다독이는 신 감독의 숨은 노력이 있었던 것이다.
신감독은 최근 3연승을 이어가면서 선수들의 자세도 달라졌다고 밝혔다. 그는“무엇보다 자신감이 올라갔다. 삼성화재전에서 졌으면 팀이 계속 추락할 수도 있었는데 이기면서 선수, 구단, 외부의 시각이 많이 바뀌었다”고 강조했다. 이어“하위 팀은 외부 시선에 대해 부담을 느끼는데 그 부분에서 많이 좋아졌다”며 그간의 심적 부담에 대해서도 털어놓았다.
신 감독은 특히 외국인 선수 쥬리치(25)와 함께 팀의 주포로 활약하고 있는 전광인(23)에게 신경을 썼다고 전했다. 그는 “우리가 (현대전에서) 상대 최고 공격수 문성민(28)의 공격 성공률 낮추려고 하는 것처럼 상대도 전광인을 타깃으로 할 것이다. 그걸 극복하는 게 진정한 에이스다”라며 “본인 스스로 실력이 올라갔다 내려갔다 하는 걸 관리할 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신 감독 역시 전광인의 패배 의식을 털어주기 위해 노력했다. 그는“삼성화재와의 경기 하루 전날 전광인이 침체돼 있어서 ‘애인 있으면 입맞춤이라도 하고 오라’고 농담했다”며 웃었다. 이어 “비시즌에 훈련할 때는 감독이 선수들을 끌고 가야 하지만 시즌 때는 선수들이 자신의 감정을 컨트롤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할 뿐이다. 그게 내 지도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전광인은 경기 후 “감독님이 최대한 배려해주신다는 것을 느꼈다”며 “계속 이렇게 해서는 안되겠다고 생각했다. 이 정도까지 신경 써주시는데 쳐져 있으면 죄송한 마음이 들 것 같아서 떨쳐낼 수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선수들이 비시즌 동안 정말 고생했다. 그 간절한 마음에 쥬리치라는 용병까지 합세하면서 경기가 잘 풀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전력의 상승 기세에 다들 놀라는 분위기지만 신 감독은 오히려 침착함을 잃지 않았다. 그는“우리만의 배구를 하는데 집중하고 있다. 의욕이 앞서면 문제 가 발생한다”며 “사람이 거짓말하지, 볼은 거짓말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현주기자 memor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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