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항공업계 1위인 대한항공은 요즘 세종시에 부쩍 큰 관심을 쏟고 있습니다. 이달 중 국토교통부가 작년 7월 발생한 아시아나항공의 미국 샌프란시스코 공항 착륙사고에 대한 행정처분을 내릴 예정이기 때문입니다. 경쟁사인 아시아나항공이 알짜노선에서 운항정지라는 중징계를 맞는다면, 이는 곧 대한항공의 반사이익으로 직결될 테니까요. 그래서 세종정부청사 내 마련된 대한항공 사무실에서 발권업무를 하던 기존 직원과 더불어 본사 직원까지 포함해서 조직까지 꾸렸다고 합니다.
당사자인 아시아나항공도 세종에 속속 모습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지난 4일 홍보실 임직원 5~6명이 국토부를 방문한 겁니다. 이날 기자실을 찾은 이들은 17페이지 분량의 자료를 배포하며 운항정지는 과도한 징계라는 입장을 피력했는데요. 이번 샌프란시스코 사고와 과거 대한항공에서 발생한 여러 건의 사고를 피해규모와 징계수위 등 다방면으로 비교한 뒤, “운항정지는 많은 이용자들에게 불편을 끼치므로 과징금 부과 처분이 적절하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렇다면 아시아나항공이 받게 될 징계는 어느 정도일까요. 국내 항공법은 사망자와 부상자 등 인명피해와 경제적 손실 규모에 따라 수위를 달리하고 있는데요. 3명의 사망자와 48명의 부상자를 낸 샌프란시스코 사고의 경우, 운항정지 90일과 과징금 15억원을 기준으로 다양한 감경사유를 감안해 50%를 더하거나 덜게 됩니다. 최대 135일의 운항정지 또는 22억5,000만원의 과징금이 매겨질 수 있는 겁니다. 아시아나항공 입장에선 운항정지로 최대 수백억원의 수입 손실과 이미지 타격을 입는 것 보다는, 과징금 처분이 간절할 수밖에 없겠죠. 또 사고 시, 공익에 미치는 피해가 클 경우 운항정지 처분 대신 과징금으로 대체한다는 규정도 아시아나 측에선 기대를 거는 부분입니다.
키를 쥔 국토부는 심사숙고하고 있습니다. 사고 재발을 막기 위해 강한 조치를 주문하는 목소리가 있는 반면, 최근 국제항공운송협회(IATA)나 인천공항에 취항하는 해외 43개 항공사가 탄원서를 제출하는 등 업계 차원의 선처 요구도 거세 이를 외면할 수도 없기 때문입니다. 이렇듯 각자의 이해관계를 위해 양 항공사 직원들은 오늘도 분주히 세종을 오가고 있는데요. 결과에 따라 이들의 표정이 어떻게 바뀔지 궁금해집니다. 분명한 건 항공사들에게 전쟁터는 비단 공항만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세종=김현수기자 ddacku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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