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상승 기대감 떨어지고 겨울철 비수기 접어들어
중개사들 반발로 입법도 난항
거래 공백 더 길어질 우려
40대 직장인 김모씨는 최근 서울 양천구 목동신시가지 3단지의 전용 83㎡ 아파트를 사려는 계획을 변경했다. 그가 매매를 고려했던 아파트 가격은 약 7억4,000만원. 0.9% 이하의 요율을 적용하면 중개보수(수수료)로 최대 666만원을 공인중개사에 내야 한다. 하지만 내년 이후 요율이 0.5% 이하로 줄어들게 되면 이 비용을 370만원까지 줄일 수 있다는 계산이 섰다. 재건축 기대감으로 올랐던 목동아파트의 가격이 최근 다시 하락할 기미를 보이고 있는 점도 이런 결심을 부추겼다. 김씨는 “거래를 미룬다고 해도 당장 가격이 오를 것 같지는 않아서 두 달 정도 기다려 중개보수를 절약하는 편이 낫겠다 싶었다”고 말했다.
오피스텔 건물이 많은 서울 강동구 성내동에서 공인중개업을 하고 있는 강모 대표는 지난주부터 중개보수를 깎아달라는 고객들의 성화에 시달리고 있다. 주거용 오피스텔의 경우 0.9% 이하였던 요율이 내년부터 매매 0.5% 이하, 임대차 0.4% 이하로 떨어지기 때문에 이 같은 변화를 미리 반영해달라는 요구가 많아서다. 강 대표는 “최근에 반전세(보증부 월세) 계약을 했는데 중개보수로 0.7% 정도를 달라고 하니 0.5%로 낮춰달라고 해서 실랑이 끝에 요구를 들어줬다”며 “거래를 안 하겠다고 하거나 다른 중개업소를 이용하겠다고 하니 어쩔 도리가 없지 않나”라고 말했다.
4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정부가 3일 부동산 중개보수를 낮추는 내용의 개편안을 확정 발표함에 따라 주택 거래를 내년 이후로 미루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9ㆍ1 대책’에 따른 기대감이 소멸되며 관망세가 짙어지고 있는 시점인 데다 겨울 비수기에 접어들고 있어 부동산 시장의 거래 공백이 심화될 수 있다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정부 개편안에 따라 중개보수 요율이 내려가는 가격대는 매매 6억~9억원, 전월세 3억~6억원이다. 작년 거래량 기준으로 보면 서울지역 매매 거래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11.9%, 전월세 거래는 21.3% 수준이다.
비중이 높은 편은 아니지만 부동산 거래에 미칠 파장은 예상보다 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9ㆍ1대책 발표 한 달이 지나면서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낮아지고 거래가 소강 국면에 접어들고 있는 시점이기 때문이다. 한국감정원이 조사한 10월 셋째주(10월21~27일) 서울 아파트값은 전주 대비 0.03% 올라 3주 연속 상승폭이 줄었다. 양지영 리얼투데이 리서치실장은 “가격이 오를 것 같으면 비싼 중개 보수를 내고라도 거래를 하겠지만, 지금은 그런 기대가 없기 때문에 100만원 안팎의 거래비용도 심리에 상당한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까닭에 일부 중개업소들은 인하된 요율을 미리 반영해 거래를 유도하기도 한다. 서울 동대문구 장안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어차피 중개보수라는 게 협상의 여지가 많았는데, 정부가 확정 발표를 했기 때문에 시행 전이지만 고객들의 요구를 무시하기 힘들다”며 “전세는 공급이 적어 영향이 덜하지만 가뜩이나 거래가 뜸한 매매의 경우는 중개보수를 벌써부터 많이 깎아주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 같은 거래공백이 장기화될 수도 있다는 점이다. 공인중개사 측의 반발이 거세지면서 입법 과정이 길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국토부는 올해 12월 말까지 입법절차를 완료하고 빠르면 내년 초부터 개정된 요율 체계를 적용할 계획이지만 공인중개사협회는 정부 개편안에 반발해 7일 대규모 궐기대회를 열고 동맹휴업, 위헌소송 등으로 투쟁 수위를 높여갈 방침이다. 김규정 우리투자증권 부동산전문위원은 “겨울철 비수기와 맞물려 있어 거래 공백이 길어질 수 있다”며 “입법 과정에 속도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
유환구기자 red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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