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차례 경호 실패로 여론의 뭇매를 맞은 미국 백악관의 비밀경호국(USSS)이 9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질병통제예방센터(CDC) 방문 때에도 실수를 저지른 것으로 뒤늦게 드러났다. CDC가 자체 계약한 사설 경호업체인 ‘프로페셔널보안협회’의 직원으로 총기를 휴대한 채, CDC를 방문한 오바마 대통령과 승강기에 동승한 뒤 해고된 케네스 테이트(47)의 사연이 언론 인터뷰를 통해 알려진 것이다.
빈번하게 ‘경호 구멍’을 드러낸 비밀경호국이 사설 경호원에게 책임을 전가하려 한다는 의혹도 일고 있다. 비밀경호국은 대통령 지근 거리에서 총기를 휴대할 수 있는 사람은 경호국 직원뿐이라는 규정을 CDC 사설 경호업체에 확실하게 알리지도 않았고, 사설 경호원의 몸도 제대로 수색하지 않았다는 비판을 받는다.
현재 변호사를 고용하고 법적 대응을 준비 중인 테이트는 4일 뉴욕타임스, CNN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본연의 임무를 수행하다가 억울하게 해고됐다”고 부당함을 호소했다. CDC의 경호원으로 10년간 일해온 테이트는 9월 16일 소속사의 경호 책임자로부터 에볼라 관련 브리핑을 듣고자 CDC를 방문하는 오바마 대통령의 엘리베이터 탑승 안내를 맡으라는 전갈을 들었다. 평소처럼 CDC의 허가를 받은 권총을 재킷 안에 휴대하고 오바마 대통령을 맞은 그는 지시대로 엘리베이터로 대통령을 브리핑 룸까지 안내했다.
그는 미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내게 안부와 이름을 물었고 그와 악수도 했다”며 “자긍심을 느낀 순간이었다”고 회고했다.
브리핑이 끝난 뒤 다시 엘리베이터를 타고 오바마 대통령을 CDC 청사 바깥으로 안내한 테이트는 떠나가는 대통령 리무진에 가까이 다가가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몇 장 찍었다.
이 장면이 비밀경호국을 당혹게 했다. 분노한 비밀경호국 담당자는 테이트를 따로 불러 누구도 대통령 리무진에 근접할 수 없다는 점을 강조하고 찍은 사진을 지우라고 명령했다. 테이트는 사진을 지웠지만, 소속 경호업체 책임자가 곧바로 들어와 그의 경호 배지를 뗐다고 소개했다. 일주일 후 테이트는 해고 통지를 받았지만, CDC나 경호업체 모두 해고 사유를 그에게 설명하지 않았다. 아버지와 함께 7년간 CDC 경호원으로 일하던 그의 27세 아들도 2주 후 감원을 이유로 실직자가 됐다.
한편, 두 차례나 자행된 백악관 침입 사건으로 지난달 1일 사임한 줄리아 피어슨 당시 비밀경호국장은 테이트의 총기 휴대 사실을 백악관에 보고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대해 테이트는 “아무도 내게 ‘권총을 몸에 지니지 말아야 한다’고 말하지 않았다”며 “언론에서는 나를 이상한 사람으로 보는데, 나는 대통령을 안내하라는 임무를 받은 사람이었다”고 말했다.
테이트는 절도와 폭력 혐의로 몇 차례 경찰에 입건되기도 했으나 유죄 판결을 받은 적이 없는 것으로 밝혀져 전과자 의혹에서 벗어났다.
오바마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인 시카고 출신으로 그와 같은 흑인인 테이트는 현재 대통령과의 만남을 슬퍼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박민식기자 bemyself@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