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과 넥센의 2014 한국시리즈 1차전이 열린 4일 대구구장. 경기전 만난강정호(27ㆍ넥센)는 컨디션이 좋아 보였다. 오후 4시30분께 진행된 훈련에서 잇따라 담장 밖을 넘기는 타구를 만들어 냈다. 함께 훈련한 박병호(28), 김민성(26)이 놀랄 정도였다. 타구는 큰 포물선을 그리기도, 라인너(linerㆍ일직선)로 빠르게 날아가기도 했다. 그만큼 타격감이 물이 올랐다는 방증이었다. 훈련에서 선보인 강정호의 ‘손맛’은 실전에서 그대로 이어졌다.
넥센이 77.4%의 확률을 가져갔다. 넥센은 2-2로 맞선 8회초 터진 강정호의 투런홈런을 앞세워 통합 우승 4연패에 도전하는 삼성을 4-2로 꺾었다. 역대 31번의 한국시리즈에서 1차전 승리 팀이 시리즈 최종 승자가 된 적은 모두 24번이다. 80%에 가까운 확률이다. 한국시리즈 2차전은 5일 오후 6시30분 같은 장소에서 열린다.
1회 상대 선발 밴덴헐크(29)에게 3구 삼진으로 물러난 강정호는 1-0으로 앞선 3회 1사 1ㆍ3루에서 중견수 희생 플라이로 타점을 올렸다. 이어 2-2로 맞선 8회 무사 1루에서도 상대 왼손 불펜 차우찬(27)의 슬라이더를 잡아당겨 좌중월 결승 아치를 그렸다. 볼카운트 3볼-1스트라이크에서 가운데 실투를 놓치지 않았다.
87년생 동갑내기 강정호와 차우찬은 올 정규시즌에서 맞대결 경험이 없었다. 지난해에도 고작 한 번 맞붙어 강정호가 볼넷을 얻어낸 게 전부다. 상황이 이렇다면 타자 보다는 투수가 유리한 편이다. 타석에서 직접 공을 본 횟수가 적기 때문이다.
하지만 ‘물 오른’ 강정호는 상식을 깼다. 올 시즌 왼손 투수에게 3할9푼2리(1위)의 높은 타율을 올렸던 ‘극강’의 모습을 이어갔다. 아울러 LG와의 플레이오프 3차전부터 3경기 연속 홈런을 터뜨리며 이 부문 타이 기록에도 한 걸음 다가갔다. 류중일 삼성 감독(1991년)과 호세(1999년ㆍ롯데)가 나란히 4경기 연속 홈런으로 공동 1위에 올라 있다.
강정호는 여기에다 스스로 몸값도 올렸다. 시즌 뒤 구단 동의 하에 메이저리그 무대를 노크할 수 있는 그는 포스트시즌 타율이 5할(18타수 9안타)이다. 타점은 7개로 김민성과 공동 1위, 홈런은 단독 1위다. 정규시즌에서 유격수로는 최초로 40홈런-100타점을 넘긴 타자가 ‘가을’에도 강하다. 빅리그 구단들의 영입 경쟁은 불을 보듯 뻔하다.
3타수 1안타 3타점으로 데일리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된 강정호는 “홈런보다는 팀이 이기는 데 더 집중했다. 운 좋게 실투가 들어왔다”면서 “에이스들끼리의 맞붙은 1차전을 따내 심적 여유가 생겼다. 선수단 전체적으로 상승 효과가 있을 것 같다”고 소감을 전했다.
대구=함태수기자 hts7@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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