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인연 시인 겸 작가 김수경씨
대통령 당선 이전 모습들 그려
"허구 아닌 주관적ㆍ감정적 진실"
간담회서 故 신해철 미발표곡 공개

“그녀는 순교자처럼 거리에 서서 포효하고 있는 사내가 노무현이라는 것을 금방 알아챌 수 있었다. 81년도 부림사건, 미문화원 사건, 또 지난 2월 박종철 고문치사사건 때 신문에 실렸던 얼굴이 기억났다. 한 번도 만난 적은 없었지만 그가 바로 노무현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시인이자 작가 김수경이 고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추억을 소설 형식으로 서술한 책 ‘내 친구 노무현’(한길사)을 발표했다. 4일 서울 마포구 상수동 한 카페에서 열린 시독회에는 작가의 지인인 건축가 승효상, 사진작가 김중만, 시인 박노해, 김원기 전 국회의장, 김정길 전 행정자치부 장관, 배우 김상중 송옥숙, 언론인 주진우, 탁현민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소설가 최수철, 영화감독 장진 등 50여명이 참석했다.
‘내 친구 노무현’은 노무현이 대통령으로서 공적 생활을 시작하기 전부터 친구로서 그의 곁을 지킨 김수경의 사적인 기록이다. 시독회에 앞서 열린 간담회에서 작가는 “1990년대 초부터 그가 대통령이 되기 전, 약 10년 간의 이야기를 담았다”며 “인간과 인간 사이의 평범한 우정이 정치적 후원의 관계로 호도되는 것에 많은 상처를 입었고 이 시기에 대해 쓰지 않으면 앞으로 시도 소설도 쓸 수 없을 것 같아 집필을 결심했다”고 밝혔다.
작가는 책에서 자신을 ‘그녀 김수경’으로 칭하며,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추억을 술회한다. 은행 취직 시험에 떨어져 좌절하는 청년 노무현, 사랑하는 여자를 만나러 가는 길에 소나기를 만나는 남자 노무현, 시위대의 선두에 선 혁명가로서의 노무현, 정계에 투신해 수많은 적들과 싸운 정치인 노무현, 사후에도 온갖 시위현장에서 상징처럼 재소환되는 이름 노무현 등 고인의 다양한 모습들을 그리고 있다.
작가는 소설의 형식을 취한 이유에 대해 “노무현에 대해 객관적 사실을 서술한 책은 많지만 주관적·감정적 진실을 표현하는 책은 없다”며 “작가의 상상력을 개입시키기 위해 소설이란 장르를 택했지만 노무현은 역사적 인물이므로 소설 속 에피소드 중 허구는 하나도 없다”고 말했다. 작가는 또 노 전 대통령과의 인연 때문에 수 차례 세무조사를 받았던 것을 언급하며 “언론에서 소위 ‘팩트’라고 쓴 내용이 내가 보기에 소설이나 다름 없다면, 내가 쓴 소설이 사실이 될 수도 있을 것”이라며 “책을 통해 독자에게 소설이 무엇인지 묻고 싶은 마음도 있다”고 덧붙였다.
간담회에서는 얼마 전 별세한 가수 신해철씨가 노 전 대통령을 추모하기 위해 만든 곡 ‘불면’이 공개됐다. 신 씨는 노무현 3주기인 2012년 ‘불면’, ‘자살’, ‘황무지’ 등 추모곡 3곡을 만들어 작가에게 건넸다고 한다. 작가는 “책을 집필하던 중 신해철씨를 만나 노래를 책에 언급해도 되냐고 물었더니 ‘영광’이라며 좋아했다”면서 “간담회 날짜가 잡혀 전화를 했는데 도통 받지 않아 궁금해하던 차에 인터넷에서 그의 사망 소식을 접했다”며 황망한 심경을 전했다.
김언호 한길사 대표는 “두 권의 책이 더 나와 총 3부작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두 번째 책 ‘이것은 소설이다’에는 노무현이 대통령이 되고 난 후의 이야기를, 3권 ‘62세의 이혼’에는 국가가 개인의 삶을 어떻게 바꾸는지에 대한 얘기를 담을 예정이다. 책은 내년 경 출간된다.
1949년 부산에서 태어난 김수경씨는 1977년 ‘현대문학’으로 등단해 시인으로 활동했으며 계간 ‘외국문학’, 월간 ‘문학정신’의 발행인 겸 편집인, 도서출판 열음사의 대표를 지냈다. 1992년 우리들병원을 설립, 경영했으며 창업투자회사, 바이오 회사, 제약회사, 리조트 회사 등을 경영했다.
황수현기자 so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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