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호 새누리당 최고위원이 4일 최고위원 직 복귀를 선언했다. 최고위원 직 사퇴를 발표한 지 12일, 전당대회에서 최고위원으로 선출된 지 113일 만이다. “복귀는 절대 없다”던 약속을 채 2주일도 안 돼 손바닥 뒤집듯 번복하는 가벼운 처신에 대한 비판과 함께 혁신을 입에 달고 살던 여권 차기 대선주자의 일원이 ‘구태 정치쇼’를 펼쳤다는 비난이 비등했다.
김 최고위원은 이날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지도부의 거듭된 요청을 무시할 수 없었다”고 복귀 배경을 밝혔다. 그는 “가장 존경하는 분이 안중근 의사”라며 “대의를 위해 자신을 버릴 수 있고, 실천하는 용기를 배우고 싶었다”고 비장하게 말했다. 하지만 그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는 취재진은 아무도 없었다. 복귀 명분치고는 군색하기 짝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그는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는 사과와 “저의 사퇴를 두고 ‘즉흥적이다, 돌발적이다’라는 비판이 있었지만 그것은 절대 아니다”라고 변명으로 일관했다. “저에 대한 신뢰와 공약을 지키기 위해 제 모든 것을 던지겠다”고 다짐했지만 허공 속에 번지는 반향없는 메아리에 불과했다.
그가 지난달 23일 최고위원 직 사퇴를 전격 선언할 때도 명분이 없기는 매 한가지였다. 그는 경제활성화 법안 처리 부진을 이유로 들며 “제가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고 사퇴 이유를 밝혔지만, 당시는 여야의 세월호 특별법 협상이 무르익어가던 때로 국회 정상화가 예견되는 상황이었다. 개헌 관련 발언은 더 모호했다. “개헌이 골든 타임이라고 대통령한테 염장을 뿌렸다”고 비판하면서도 개헌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이중적인 모습을 보였다.
정치적 승부수로 최고위원 직을 던지면서 납득할 이유를 대지 못하자 친박ㆍ비박 구분없이 대다수 새누리당 의원이 “다른 개인적 이유가 있는 게 아니냐”고 의아해했다. 논리도 없고 밑도 끝도 없는 황당한 사퇴 선언에 차기를 노린 승부수란 평가부터 개헌론을 제기한 김무성 대표를 흔들기 위한 ‘친박계 음모론’, 코너에 몰린 김 대표를 지키기 위한 ‘사석 작전’이란 해석까지 난무했다.
여전히 그가 왜 사퇴파동을 자초했는지는 의문이다. 여의도에서는 “영원한 미스터리로 남을 수 있다”는 우스개까지 나온다. 때문에 이날 복귀 선언은 한편의 블랙코미디의 허무한 결말과도 같았다.
분명한 것은 그가 이번 파동으로 많은 것을 잃었다는 점이다. 지난 7월 전당대회에서 최고위원으로 뽑아준 당원들의 표심을 허투루 내던지고 그는 ‘김태호식 통 큰 정치는 없었다’는 원성만 사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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