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사·중복사업 예산안 규모 전년 대비 30억여원 증가
20대 총선 앞두고 곳곳서 민원 "쪽지 예산 근절" 지켜질지 미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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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가 6일부터 내년도 예산안 종합정책질의를 시작으로 예산 심의에 본격 돌입한다. 여야는 “쪽지 예산은 없다”고 공언하고 나섰지만, 예산 심의기간이 짧아 졸속 심의가 우려되는 데다 내년이 차기 총선을 앞둔 해여서 민원성 청탁이 근절되긴 힘들 것이란 게 중론이다. 특위는 10~13일 부별심사를 거친 뒤 16일부터 예산안조정소위(옛 계수조정소위)를 가동해 30일 본회의에 넘길 계획이다.
유사ㆍ중복 사업 및 실적부진 사업 수두룩
국회 예산정책처는 4일 새누리당 소속 예결위원들을 상대로 한 ‘2015년도 예산안 분석’ 보고에서 유사ㆍ중복 사업의 내년도 예산안 규모가 1,687억원 9,000만원(총 18건)으로 전년 대비 30억7,700만원 증가했다고 지적했다. 유사ㆍ중복 사업은 사업 목적, 내용 및 지원대상이 유사하거나 동일해 재정집행 효율성을 저해할 우려가 있는 사업이다. 예정처에 따르면, 안행부의 개인정보 유출 및 오남용방지 사업(99억700만원)은 방송통신위원회의 개인정보보호 강화 사업과 상당 부분 유사한 형태로 집행되고 있고, 농림축산식품부의 한우직거래활성화지원 사업(120억원)도 농협중앙회의 축산물 정육식당 사업과 비슷하다.
‘연례적 집행실적 부진사업’(기준연도 집행률이 70% 미만이면서 최근 4년간 집행률이 평균 70%에 미치지 못한 사업)에 대한 예산 끼워 넣기 관행도 여전했다. 내년도 예산안에 편성된 연례적 집행실적 부진사업(2013년 기준)은 총 108건(6조7,001억여원)에 달했다. 올해 9월 말 기준으로 집행률이 50% 미만이거나 계획대비 집행실적이 10%포인트 이상 부진했음에도 전년 대비 동일하거나 증액 편성된 사업도 43건(2조2,588억원 규모)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통일부의 당국차원 지원비(5,918억원), 교역ㆍ경협자금 대출비(1,310억원) 등 대북지원 예산은 남북관계 경색에 따라 추진이 불투명하지만 관계개선을 대비해 책정됐고, 문화체육관광부의 해외관광문화센터건립사업비(440억원)도 뉴욕센터의 건립이 지연되고 있지만 파리센터의 건물매입비 증가를 이유로 증액했다.
올해는 쪽지ㆍ카톡예산 근절 가능할까
올해는 여느 해보다 예산 확보를 위한 의원들간 물밑 경쟁이 치열할 전망이다. 내년은 2016년 20대 총선을 앞두고 있어 지역구 예산 농사에 따라 당내 공천과 총선 당락이 좌우될 수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더구나 올해는 세월호 정국으로 국회 일정이 예년보다 1개월 이상 늦어진 데다, 예산안 자동상정제도가 처음 시행돼 여야 의원들이 예산 심의 과정에 입김을 넣을 수 있는 시간은 4주 정도에 불과하다. 사실상 11월 한달 동안 지역구 예산 확보를 위해 여야를 불문하고 올인 해야 할 판이다.
이 때문에 여야 모두 개선 의지를 밝힌 ‘쪽지 예산’이 근절될 수 있을지 미지수다. 이학재 새누리당 예결특위 간사는 “이번 예산처리 과정에서는 쪽지뿐만 아니라 카카오톡, 문자 예산 모두 받지 않겠다”고 말했고, 이춘석 새정치민주연합 예결특위 간사도 “쪽지예산, 호텔예산, 예산심사 후 해외여행 이 세가지는 없을 것”이라고 공언했다. 하지만 증액과 삭감에 참여하는 예산안조정소위 소속 의원들의 경우 벌써부터 예산을 따내려는 해당부처와 의원들의 직간접적 민원이 끊이지 않고 있다는 후문이다.
김회경기자 herm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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