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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조원 호남고속철 공사, '제비뽑기'로 나눠먹기

입력
2014.11.04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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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사들 투찰가 높게 써내 공사비 수십억원 이상 더 챙겨

지난 2009년 12월 광주시 송정역에서 열린 호남고속철도 기공식에 참석한 이명박 전 대통령. 연합뉴스.
지난 2009년 12월 광주시 송정역에서 열린 호남고속철도 기공식에 참석한 이명박 전 대통령. 연합뉴스.

수조원의 혈세가 투입된 호남고속철도 공사가 사실상 대형 건설사들의 '제비뽑기'로 낙찰된 것으로 드러났다.

4일 검찰에 따르면 2009년 6∼7월께 한국철도시설공단이 조만간 '1건설사 1공구 낙찰'을 원칙으로 호남고속철도 노반 신설공사 13개 공구를 발주한다는 소식이 공단 홈페이지와 업계 신문기사 등을 통해 알려졌다.

이를 접한 '빅7' 건설사 GS건설·대림산업·현대산업개발·SK건설·대우건설·현대건설·삼성물산의 관급공사 수주업무 담당 실무자 7명은 서울역 부근 GS역전타워의 레스토랑에 모였다.

이들은 '불필요한 출혈경쟁을 줄이고 각 건설사가 골고루 보다 손쉽게 낙찰을 받도록 하자'며 곧바로 구체적인 담합 방식을 계획했다.

이들은 업체 규모와 철도시설 공사 경험에 비춰 이번 입찰에 참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는 국내 건설사 21곳을 임의로 골라 A·B·C 세개 그룹으로 나눴다.

빅7이 속한 A그룹에는 공구 5곳, 한진중공업 등 5개 건설사가 속한 B그룹에는 공구 4곳, C그룹 9개 업체에는 공구 4곳을 배정한 뒤 그룹별로 추첨을 통해 공사를 맡을 업체를 선정하기로 했다.

이들은 회합을 마치고 나머지 14개 회사에 연락해 담합에 참여하겠다는 승낙을 받아냈다.

이어 잇따라 그룹별로 제비뽑기 추첨이 진행됐다.

A그룹에서는 SK건설, 대림건설, 현대산업개발, 삼성물산, GS건설에 각 1개씩 공구가 배정됐다.

B그룹 업체들도 레스토랑에 모여 추첨한 결과 두산건설, 쌍용건설, 한진중공업, 금호산업이 공구를 따냈다. C그룹에서는 롯데건설, 동부건설, KCC건설, 삼환기업이 뽑혔다.

공구를 배정받은 업체들은 투찰가를 다른 업체들에 미리 알려주면서 높은 가격에 들러리 입찰을 해달라고 요청했다. 다른 공구에서는 들러리 입찰로 '품앗이'를 하기도 했다.

그 결과 이들 업체는 당시 최저가 경쟁입찰의 평균 낙찰률 약 73%를 5%p가량 상회하는 77∼79%대의 낙찰률로 공사를 따낼 수 있었다.

1개 공구당 투찰가가 1천억원대 중반에서 많게는 3천억원에 이르는 점에 비춰 공사비를 수십억∼수백억씩 더 챙긴 셈이다.

검찰은 이들 21개사 중 담합 사실을 자진신고(리니언시)한 삼성물산을 제외한 20개사를 기소하면서 "건설사들이 부당한 이득을 챙기거나 공정한 가격결정을 저해할 목적으로 입찰자간 미리 조작한 가격으로 공사에 입찰했다"고 밝혔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7월 호남고속철 입찰에 3조5천980억원 규모의 담합 사실을 적발하고 업체들에게 시정명령과 함께 4천355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이는 역대 전체 담합사건 중 두번째, 역대 건설업계 담합사건 중 가장 많은 액수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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