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무가 박순호 13일부터 LIG아트홀
출발은 바둑이었다. 한 수 한 수 두어가는 기사들의 움직임은 정(靜)과 동(動)의 엄청난 행위가 숨은 절묘한 조화였다. 안무가 박순호(40)씨는 전통놀이나 연희의 동작에서 영감을 얻어 독특한 무용의 세계를 정립해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그가 이번에는 궁술과 인간 자체로 눈을 돌렸다. 각각 ‘활’ ‘인(人)’으로 이름 지어진 25분짜리 새 무대를 13~15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LIG아트홀에 마련한다.
국궁 속에 숨은 육체언어를 무용으로 치환한 신작 ‘활’은 정신 수련의 도구로서 활 쏘기에 주목한다. 두 명이 한 조를 이룬 무용수들이 과녁을 맞추기 위한 궁사의 수련 과정을 극사실적으로 묘사한다. 자신과의 엄격한 대면이자 내면의 번민을 날리는 단련법으로 활 쏘기를 보는 이 무대는 서양적 접근 방식이 놓치기 십상인 내면의 표정에 집중한다.
‘인(人)’은 판소리 수궁가 중 호랑이 나오는 대목(‘좌우나졸’)에 초점을 맞춰 사람 사이의 조화와 불균형이 만들어지는 모습을 그린다. 타악 그룹 연희와 소리꾼 전태원이 등장해 판소리 마당 못지 않은 신명을 제공한다. 혼비백산하는 모습을 녹여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가 엮이는 양상을 그린다. 박씨는 “나의 어법과 접속, 음악과 사람의 조화를 통해 대혼란의 과정을 소리극이라는 전체 그림 안에 나타내려 한다”고 말했다.
한국적 몸짓과 서양무용의 조화에 천착한 박씨의 무용은 해외 평론가들로부터 “한국의 문화적 상승 작용” “동서양의 문화적 요소를 혼합한, 유례를 찾기 힘든 독창적 결과물” 등의 평가를 받았다. 박씨는 한국 전통을 무용 어법으로 재해석하는 작업에 많은 가능성이 내포돼 있다고 믿는다. 그는 “언젠가는 무용적 가능성이 많이 숨어 있는 ‘바둑’을 다시 하고 싶다”며 ‘활’ 이후의 계획을 비쳤다.
장병욱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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