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도나도 머리 짧게 깎고 캠프 입소
베테랑 선수들은 추가 훈련도 자처..."내년엔 해보자" 공감대 만들어져
“기운이 남다르다.”
한화의 시즌 마무리 캠프가 한창인 일본 오키나와에서 자주 듣는 소리다. 서 있는 자체만으로 선수들을 긴장하게 만드는 ‘야신’(野神)에 대한 시선이다.
지난 1일 캠프에 합류한 김성근(72) 감독은 1대1 레슨을 직접 하기도 하지만, 일단은 대부분의 시간을 선수단 관찰에 할애하고 있다. 어떻게 치는지, 어떤 공을 던지는지 파악하기 위해서다. 김 감독은 3일 잠시 귀국했다. 7일 청와대 초청 리더십 특강을 위해서다. 특강이 끝나면 곧장 오키나와로 건너갈 예정이다.
그런데 야신이 지켜본다는 사실에 선수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거대한 산이 뒤에 있다’는 표현까지 들렸다. 대부분의 선수가 머리를 짧게 자른 채 캠프지에 입성한 것도 이 때문이다. “머리가 길다”는 지나가는 말에 너나 할 것 없이 미용실에 다녀왔다.
선장의 한 마디가 선원 전체를 움직이는 모양새다. 그간 경험해보지 못한, 절대적인 카리스마에 다들 떨고 있다.
그렇다고 막연한 두려움에서 오는 복종은 아니다. 패배 의식에 사로잡혀 있는 선수들이 “나도, 우리 팀도 바뀔 수 있다”는 생각을 공유하고 있다.
김 감독은 지난달 28일 취임식에서 “이제 주전과 후보는 없다”고 선언했다. “오늘부터 과거는 잊고 모든 마음을 바꿔야 한다. 팀 승리가 중요하고 개개인에 매달리는 야구는 없다. 따라오려면 따라오고 아니면 같이 갈 수 없다”고 강조했다.
악착같이 모든 것을 내던지면 끝까지 품고 가겠다는 의미다. 자기 한계에 도전해 보라는 명령이었다. 그리고 ‘기운’에 눌린, 아니 그 ‘기운’을 인정한 선수들이 의욕적으로 훈련에 임하고 있다. 아침 훈련을 시작으로 밤 9시가 돼서야 모든 스케줄이 끝나지만 정근우, 조인성 등 베테랑들은 추가 훈련까지 자청했다는 후문이다.
한편 한화는 김성근 사단이 속속 오키나와로 합류해 훈련을 돕는다. 구단은 3일 계형철 투수코치를 포함해 니시모토 다카시 투수코치, 쇼다 고조 타격코치, 후루쿠보 겐지 배터리코치, 다테이시 미쓰오 수비코치, 이홍범 트레이닝 코치 등을 영입했다. 계 코치와 이홍범 코치는 3일 곧장 캠프로 떠났고, 일본인 코치들도 4∼9일 차례로 오키나와로 향할 계획이다.
함태수기자 hts7@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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