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비밀' 이어 또 눈물의 여왕
캐릭터 몰입도 낮아 시청률은 저조
"우는 연기하는 동안 많이 우울했어요"
지난 1년 동안 눈물을 가장 많이 흘린 배우를 꼽으라면 단연 황정음(30)이다. 지난해 말 KBS 미니시리즈 ‘비밀’에 이어 최근 종영한 SBS 주말극 ‘끝없는 사랑’에서도 우는 연기가 전체 연기의 절반이나 됐다. 퉁퉁 부은 눈망울로 대사를 읊은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황정음은 ‘비밀’에서 사랑하는 남자를 대신해 죄를 뒤집어 쓰고 복역을 하고 교도소에서 그의 아이를 낳아 키우며 끝내 그의 배신에 우는, 사랑에 상처 입은 여자 강유정으로 나왔다. 1980년대를 배경으로 하는 ‘끝없는 사랑’에서는 ‘비밀’의 강유정보다 더 파란만장한 삶을 사는 서인애로 출연했다. 서인애는 출생의 비밀을 안고 태어나 어머니의 죽음을 목격했으며 억울한 누명을 안고 교도소로 끌려갔다. 정치적 음모에 휘말려 고문을 당하고 나중에는 검사와 법무장관까지 됐으니 그야말로 드라마틱한 삶을 살았다. 이 두 드라마에서는 스토리 전개상 눈물이 중요한 극적 장치였고 이 때문에 황정음은 ‘눈물의 여인’이 돼야 했다.
‘끝없는 사랑’을 마친 황정음은 “이제 우는 연기만큼은 자신이 있다”며 웃었다. “’비밀’의 대본을 처음 받았을 때 ‘이 드라마를 놓치면 바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대본의 내용이 너무 좋아서 연기를 하지 않으면 후회할 것 같았어요. 반면 ‘끝없는 사랑’의 대본은 너무 어려워서 ‘누가 봐도 백이면 백 다 못한다’고 생각했었죠. 그렇지만 이 드라마를 하면 배우로서 더 성장할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들어 덜컥 한 겁니다.”
그러나 ‘끝없는 사랑’은 평균 시청률이 10%가 채 안됐다. 20% 가까운 시청률을 내며 나름 인기를 모았던 ‘비밀’보다 많이 낮은 수치였다. 여주인공 서인애의 변화무쌍한 인생 유전에 공감하지 못한 시청자가 많았고 캐릭터가 너무 많아 몰입도가 떨어졌다는 지적도 받았다. 하지만 배움은 늘 남는 법이다.
“’끝없는 사랑’을 하면서 나아진 게 있어요. 대본을 읽고 해석하는 능력이지요. 대사를 제가 분석하고 연기해내야 했어요. ‘비밀’의 성공으로 저에 대한 기대치가 높아졌는데 그 때문에라도 ‘끝없는 사랑’의 대본을 열심히 읽고 분석 또 분석했습니다. 그래서 스무 번 울어야 하는 장면을 열 번으로 줄이기도 했고요.”
황정음이 처음부터 우는 연기를 잘 했던 것은 아니다. 자신의 이름을 알린 MBC 시트콤 ‘지붕 뚫고 하이킥’(2009)에서는 “연기 못한다”는 말을 많이 들어 속이 상했다고 한다. 황정음은 “시트콤 할 때는 우는 연기를 너무 못해 상대 여배우와 비교를 당하기도 했죠. 연습밖에 없었어요. 무조건 우는 연습을 했더니 지금은 제가 생각해도 잘 울어요.(웃음)”
이제 다시 밝은 얼굴로 돌아와야 할 때가 아닐까. 황정음은 “’눈물의 여왕’은 그만 두고 깔깔 웃는 재미있는 역할로 복귀해야죠. 우는 연기를 하는 동안 저 자신도 너무 우울했거든요.”
강은영기자 kis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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