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 발의 후 TF 꾸렸지만 정쟁 가능성 핑계 구체안 안 내
공무원연금 개혁 논의에 새정치민주연합은 ‘왕따’가 됐다. 국가재정의 미래가 걸린 사안에 제 1야당이 별다른 대안 제시도 없이 “정부가 알아서 할 일”이라며 수수방관하면서 스스로 입지를 좁힌다는 지적이다. 야당은 ‘사회적 합의 속 추진’ ‘공적 연금의 정부 책임 강조’ 등을 기본 원칙으로 제시하고 있지만 면피용에 불과하다는 따가운 비난에 직면해 있다.
“사회적 합의”핑계로 수수방관
공무원 연금 개혁안에 대한 새정치연합의 공식 입장은 ‘선 정부안 제시, 후 논의 참여’로 요약된다. 핵심 당직자는 “연금개혁은 이전에도 정부 주도 하에 추진해왔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이에 따라 당정이 8월부터 연금 개혁 논의에 착수했음에도 불구하고 여당안이 발의된 지난달 27일에야 뒤늦게 TF를 꾸렸을 뿐 아직까지 구체안은 내놓지 않고 있다.
야당은 국회가 연금 개혁안 논의에 뛰어드는 순간 정쟁으로 전락할 수 있기 때문에 도리어 자제하고 있다는 주장도 펴고 있다. 새정치연합 내 공적연금발전 TF 위원장인 강기정 의원은 3일 “내일이라도 야당 안을 내놓을 수는 있다”면서도 “그러나 연금 문제는 여당이나 야당이 앞장서는 순간 정쟁으로 전락해 갈등과 분열이 일어나기 때문에 정부가 먼저 책임감 있게 안을 내놓으라는 것”이라고 공을 다시 넘겼다.
특히 야당에선 여당이 내놓은 수백 조원에 달하는 재정절감 효과도 뻥튀기 돼 있다면서 제대로 된 재정추계를 전제로 한 정부안을 요구하고 있다. 야당 정책위 관계자는 “정부가 갖고 오는 자료가 매번 뒤집어지고 있다”며 “투명한 재정추계를 내놓지 않는데 야당이 자체적으로 안을 만들어 낼 방도가 있느냐”고 되물었다.
하지만 정치권 안팎에선 야당의 이 같은 주장에 대해 정치적 셈법을 내포한 ‘의도된 발 빼기’ ‘개혁 방해용 침묵’이란 비판도 나온다. 누적 재정적자를 감안하면 야당에서도 공무원연금 개혁의 필요성을 부인할 이유가 없지만 정부 여당과 보조를 맞추는 모습을 보인다면 공무원노조의 원성을 살수 있다는 이유에서 어정쩡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윤종빈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야당이 연금 개혁 필요성에 공감한다면 공무원 노조가 지지기반이란 점을 십분 활용해 정부보다 더 적극적으로 설득에 나서면서 정부와 노조 사이에 중재자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향 평준화 주장도 실현가능성 떨어져
새정치연합은 연내 처리를 시도하는 정부 여당과 달리 전문가 공청회 및 공무원 노조 등을 포함한 대국민 토론회 등을 잇따라 개최하며 사회적 협의를 거친 뒤 내년 2월쯤 별도의 법안을 내겠다는 방침이다. 기본 방향은 ‘공적연금의 중향 평준화’로 가닥을 잡았다. 공무원연금에 대해 여당은 소득대체율을 국민연금 수준으로 낮추는 하향평준화를 통해 형평성을 맞추겠다는 취지지만, 야당은 국민연금은 공무원연금 수준 대비 상향 조정하고, 공무원연금은 일정 부분 낮춰 중간에서 절충점을 마련하겠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이는 국가 재정 부담에 대한 고려 없는 포퓰리즘 대안이란 지적이다. 숭실대 이상은 사회복지학부 교수는 “고령화에 따른 재정 부담이 문제가 돼 국민연금 개편을 행정부 차원에서 손 댔던 것인데 다시 올리자는 것은 우리나라 재정 상황에 역행하는 일로 실현 가능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공무원연금 개혁 방향에 대해서도 야당은 “고위직 삭감 최대화, 하위직 삭감 최소화” 라는 대원칙 하에 논의를 풀어가겠다는 입장이지만 여당안과 별다른 차이가 없어 독자 대안은 없다는 지적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연금 전문가는 “야당이 당장 정치적 계산에 내몰려 침묵으로 공무원 노조 편을 들어주고 있겠지만, 이번에 연금 개혁에 손을 대지 못하면 두고두고 부메랑이 돼서 돌아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강윤주기자 kk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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