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권 의석수 호남권의 두 배 넘어… 텃밭서 野 득표율 상대적으로 높아
"지역구 줄이고 권역별 비례대표제" 군소정당들까지 가세 한목소리
국회의원 선거구의 인구편차에 대한 헌법 불합치 판정이 나온 뒤로 정치권에서는 큰 틀의 선거제도 개편 논의가 무성하다. 새누리당 일각을 포함해 권역별 비례대표 도입과 중대선거구제로의 전환 등 백가쟁명의 방안들이 제시되고 있다. 하지만 톺아보면 여야의 다른 셈법이 확연하다. 새누리당은 현재 선거제도에서 잃을 것이 적은 반면 야당은 어떤 식으로 바꿔도 얻을 것이 많기 때문에 주로 야당이 판 흔들기를 하는 양상이다.
새누리당은 “지금 이대로가 좋아”
헌법재판소 결정 이후 새누리당은 특별한 반응을 자제하고 있는 가운데 소선거구제의 틀에서 이탈하는 것을 원치 않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현행 소선거구제 하에서 새누리당 텃밭인 영남권(67곳) 의석수가 새정치민주연합 텃밭인 호남권(30곳) 의석수의 두 배가 넘는다는 단순한 이유에서다. 매번 선거 때마다 수도권과 충청권 표심이 변수로 작용하지만 이는 양당이 공통 공략대상일 뿐이라는 판단도 한몫 했을 법하다.
새누리당 일각과 야당에서 제기하는 권역별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 역시 새누리당에 결코 유리하지 않다. 19대 총선 당시 정당별 비례대표 결과를 보면 영남권에서 야당의 득표율이 호남권에서 여당의 득표율보다 압도적이다. 여야의 대표적 텃밭인 대구와 광주를 비교할 경우 대구에서 새누리당(66.5%)과 민주통합당(16.5%)의 격차가 50.1%포인트 차이인데 반해 광주에서는 민주통합당(68.9%)과 새누리당(5.5%)의 격차가 63.4%포인트에 달했다. 10%포인트 이상 격차는 수도권을 포함한 다른 텃밭 지역에서도 비슷한 추세로 나타났다. 독일식으로 지역 대표와 비례대표를 1대 1로 유지할 경우 새누리당의 손해가 불 보듯 뻔한 상황인 것이다.
총선을 1년 6개월 밖에 남겨두지 않은 상황에서 여야를 떠나 개별 의원들 간 이해관계까지 얽혀 있는 선거제도 개편 방안을 처리할 수 있겠느냐는 현실적 회의론도 적지 않다. 최근 김재원 원내수석부대표가 기자들과 만나 “야당은 때가 되면 늘 중대 선거구제와 권역별 비례대표제, 비례대표 확대 등을 얘기한다”면서 “노래방에 가면 벽에 붙어 있는 인기곡처럼 4년에 한 번씩 그런다”고 말한 것도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고 있다는 해석이다.
야당은 “일단 바꿔보자”에 방점
반면 야당은 새누리당이 사실상 난색을 표시하고 있는 권역별 비례대표제과 중대선거구제 도입 등을 언급하며 선거제도 개편에 불을 지피고 있다. 새정치연합 싱크탱크인 민주정책연구원은 헌재 판결 이후 작성한 보고서에서 인구편차 조정 방안과 관련 ‘지역구(현재 246석)를 200석 이하로 줄이고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을 거론했고, 비상대책위원인 문재인 박지원 의원 등도 당 차원에서 힘을 보태고 있다.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으로 최대 수혜자가 예상되는 정의당과 통합진보당 등 군소 정당들도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다만 중대선거구제의 경우 지역격차 완화와 사표(死票) 방지 등의 명분과 실제 현실적으로 차지할 수 있는 의석수의 실리가 엇갈리며 야당 내에서도 편차를 보이고 있다. 민주정책연구원도 보고서에서 “의원 1인당 인구 비율이 같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1∼2석 수준의 변동은 있을 수 있으나 소선거구제와 큰 차이가 없을 것이기 때문에 중대선거구제 도입을 추진하는 것은 명분이 없다”고 밝혔다.
지역구와 비례대표 비율에 대해서는 여야를 불문하고 현실과 명분이 엇갈리고 있다. 비례대표 확대를 줄곧 주장하는 야당에서도 소선거구제 하에서 의원정수를 조정하지 않은 채 2대1 인구편차 기준을 충족하는 방법으로는 비례대표 축소가 현실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김성환기자 bluebird@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