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80년까지 356조 절감" 주장 퇴직수당 등 추산치 달라 의문
하후상박 원칙 내세웠지만 하위직 반발 최소화 미흡 여전


박근혜정부가 정권의 의지를 담아 추진하는 공무원연금 개혁이 공무원노조 등 이해당사자의 극한 반발에 직면했다. 지난주 말 도심 한복판에서 10만명이 넘는 공무원이 참가한 가운데 대규모 집회가 열리는 등 공무원연금법 개정안을 저지하기 위한 실력행사가 본격화하면서 이번에도 개혁이 좌초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사정이 이런데도 정치권은 오불관언이다. 새누리당은 개혁안 곳곳에 허술한 지점이 많다는 지적이 나오는데도 공무원노조의 반발에 아랑곳없이 밀어붙이겠다는 식이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3일 “맞아 죽는 한이 있어도 (공무원연금 개혁을)꼭 관철시키겠다”고도 했다. 새정치연합은 아예 공무원연금 개혁에 대한 자체 방향조차 확립하지 못하고 있다. 야당이 “과거 공무원연금개혁을 개정을 보면 정부가 공무원의 반발을 알아서 무마했다”며 무책임한 태도를 보이는 대목에서는 아연실색할 따름이다.
연금개혁법은 새누리당이 개정안을 마련하긴 했지만 결국은 여야가 이해당사자를 포함한 각계각층의 여론을 수렴해 국회에서 처리해야 할 사안이다. 때문에 정치권은 지금이라도 이해당사자의 불만사항을 조정하고 개혁방향에 대한 국민적 여론 수렴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편집자주-
새누리당이 공무원연금 개혁에 연일 드라이브를 걸고 있지만 당 안팎에서 개혁의 명분으로 내세운 재정절감 효과가 크게 못 미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상ㆍ하위직간 연금 격차를 더 줄이고, 신규 공무원과 재직ㆍ퇴직 공무원간의 형평성을 맞추는 보완장치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내놓고 있다.
새누리당이 공무원연금 개혁안 시행에 따른 총 재정부담금 절감액으로 잡은 것은 2080년까지 356조 906억원 규모다. 새누리당이 지난달 27일 개혁안 발표 때 정부안(342조원 절감)보다 100조원 더 절감해 총 442조원을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던 것 보다는 86조원 가량 더 적은 규모다. 당시 ‘정부안 대비 100조원 절감’에는 공무원연금 삭감에 따른 대책으로 제시된 퇴직수당 인상분 등은 반영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새누리당은 현행 민간 대비 39% 수준인 퇴직수당을 100%로 인상할 경우 2080년까지 232조원 가량이 추가 투입될 것으로 추산한다.‘퇴직수당 인상’ 이란 당근책을 제시하면서 결국 정부안의 재정절감 효과와 비슷한 규모가 된 것이다.
일각에서는 퇴직수당 인상분이 2080년까지 299조원이 들어 새누리당 추산치보다 66조원, 연간 1조6,000억원 더 들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새누리당은 퇴직수당을 연금형태로 20년간 나눠 지급하도록 했는데, 새누리당이 전체 퇴직수당 증가분이 아닌 실제 매년 지급되는 액수만 계산했다는 지적이다. 이렇게 되면 정부안 보다 재정감축 효과가 훨씬 떨어지는 안이 되는 것이다.
연금보험료(본인 기여금+정부 부담금 50대 50)를 현행 14%에서 2018년 20%로 단기간에 인상하는 방안의 재정절감 효과도 부풀려졌다는 지적도 있다. 새누리당은 연금보험료 인상으로 2080년까지 146조522억원을 절감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공무원 임금 인상이 뒤따를 수밖에 없어 정부 부담금 규모가 전망치 보다 늘어 재정감축 효과는 크게 줄 것이란 반론이 나온다. 윤석명 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퇴직수당 및 공무원 급여 인상 등으로 전체적인 재정감축 효과는 크지 않다”며 “(새누리당은) 당장 연금 수령액을 감축시키는 것처럼 보이지만, 미래세대에 부담으로 돌아오는 요소는 덮어둔 셈”이라고 비판했다.
이와 함께 하위직 공무원들의 반발을 최소화하는 데도 미흡하다는 평가도 받는다. ‘하후상박’(下厚上薄)식 장치가 일부 포함되긴 했지만, 국장급 이상 고위공무원은 월 300만~400만원대 연금을 받는 반면 6급 이하 공무원 다수는 월 150만원을 받는 현실적 격차를 좁히기에는 미흡하다는 것이다. 새누리당은 당초 하후상박을 더하기 위해 연금보험료 인상률을 소득 별로 차등화하는 방안도 검토했으나 고위직 공무원들의 반발을 우려해 막판 제외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진수 연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실질적 노후 보장이 되도록 연금액 하한제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정창률 단국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실제 재정 안정 효과는 국가 부담이 10% 정도 감소하는 정도다”며 “근본적 제도 개혁이 이뤄지지 못하면 오히려 사회적 혼란만 야기했다는 비판을 면키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새누리당 연금개혁 태스크포스(TF) 이한구 위원장은 “공무원 부담이 커 한꺼번에 바꿀 순 없다”고 한계를 인정하면서도 “이번 기회를 놓치면 40조원을 날리 게 된다”고 개혁의 필요성을 호소했다. 이 위원장은“장기적 개선 과제를 모두 담으면 좋겠지만 공무원연금은 지금 그런 얘기를 할 처지가 안 될 만큼 상황이 좋지 않다”며 “공무원들의 부담이 큰 만큼 17% 더 내고 10% 덜 받는 지금의 개혁안이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이동현기자 nan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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