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3월 13일 월성 원전1호기에서 사용 후 핵연료봉(일명 폐연료봉) 교체 작업 도중 방사선 누출 사고가 있었다고 한다. 당시 핵연료 교체 과정에 폐연료봉 이송장비 오작동으로 폐연료봉 37개로 이루어진 다발이 파손돼 그 중 2개가 연료방출실 바닥과 수조에 떨어졌다는 것이다. 이에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 측은 가동중단 없이 작업자 1명을 투입, 폐연료봉을 들어내는 작업을 다음날 새벽까지 했다고 한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소속 김제남 의원(정의당)은 “작업자가 연간 최대 방사선 피폭 허용치(50mSvㆍ밀리시버트)를 훨씬 넘는 1만mSv 이상에서 작업해 대대적 피폭이 우려된다”며 “한수원 측이 사고를 은폐해왔다”고 주장했다. 한수원이 규제 기관인 과학기술부에 사고를 보고하지 않았으며 기록도 남기지 않았다고 한다. 또 지난해 검찰의 원전비리 수사과정에서 이 사고를 알게 된 원자력안전위원회는 4일간 조사 후 비공개 처리했다는 것이다. 원전의 안전정보를 공개하기 위해 구축한 원전안전운영정보시스템 홈페이지에도 이 사고는 보고돼 있지 않다. 한수원 측은 사고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보고 대상이 아니며 당시 작업자의 피폭량이나 누출 방사선량이 기준치 이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설계수명이 다하고 있는 월성 1호기의 연장운영 신청을 앞둔 시점이어서 의도적 은폐 의혹이 적지 않다. 당시 정확한 피폭량은 물론이고, 기기의 오작동 원인 등 위험성 요인이 정확히 파악되고, 제거됐는지도 알 수 없다. 대형 사고로 번질 위험성이 있었던 당시의 상황이 왜 지난 5년간 공개되지 않았는지 안전관리와 정보공개 규정에 대한 총체적 점검이 있어야 한다. 특히 이번 사고의 불투명한 처리 과정과 문제점을 철저히 파헤쳐 규정 위반이 있다면 책임자 문책도 뒤따라야 한다.
멀리는 미국 스리마일이나 구소련의 체르노빌, 가까이는 일본 후쿠시마 경우를 보면 중대한 원전 사고가 발생하면 통제가 어렵고, 대재앙을 불러올 수 있다. 그럼에도 우리가 여전히 원전에 의존하는 것은 어떤 에너지원보다 효율성이 탁월한 반면 아직 대체 에너지원의 저효율성을 극복하지 못했고, 기존 에너지원 확보 비용이 크기 때문이다.
이런 현실을 도외시하고 원전 당국이 크고 작은 원전 사고가 미칠 대외적 영향과 여론의 비판이 두려워 사고를 숨기기에 급급하다면 국민의 부담이 늘더라도 원전 문을 닫지 않을 수 없다. 그게 미래의 재앙을 그나마 회피할 수 있는 길이다. 안전 문제든, 정책 문제든 투명성에 대한 정부의 확고한 신념이 없으면 원자력의 미래도 있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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