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 임박… 장외의 절반 수준 공모가 삼성그룹 핵심 계열사 매력
"주가 각각 50만원·10만원 갈 것"… 개미에겐 사실상 그림의 떡
올해 기업공개(IPO) 최대어로 꼽히는 삼성SDS와 제일모직의 상장이 임박하면서 공모주 시장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증시 불황에 저금리 여파까지 겹치면서 갈 곳 없는 자금들이 쏠린데다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과 연관성이 큰 회사들로 수익률이 높을 것이라는 전망이 쏟아지면서 시장은 한껏 들뜬 상태다.
3일 삼성SDS IPO 대표주관사인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각 지점에는 청약한도 등을 문의하는 전화가 쇄도하고 있고, 5,6일 청약을 앞두고 신규계좌 개설도 부쩍 늘었다. 제일모직도 다음달로 상장을 앞당기면서 청약준비를 서두르고 있다.
이번 삼성SDS와 제일모직 IPO는 두 곳 모두 공모 규모가 1조원이 넘어 삼성생명과 대한생명(현 한화생명)에 이어 역대 최대 규모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다른 기업들이 공모일정을 서둘러 조절할 만큼 하반기 공모 시장에서 대규모 자금을 끌어들일 것”이라고 말했다.
투자자들의 구미를 당기는 가장 큰 요인은 장외거래 가격 대비 공모가격이 절반 가까이 저렴하다는 점이다. 삼성SDS의 공모가는 주당 19만원으로 장외시장인 K-OTC에서 이날 거래된 가격(34만5,500원)의 절반을 조금 넘는 수준이다. 희망 공모가가 4만5,000~5만3,000원인 제일모직도 장외시장인 제이스톡에서 9만원대에 거래되고 있다. 일단 청약을 배정 받으면 장외가격까지 오르는 것은 시간 문제라는 기대감이 깔려 있다.
두 회사가 삼성그룹의 핵심 계열사라는 점도 매력적인 요인이다. 이창영 유안타증권 기업분석팀장은 “삼성SDS의 경우 삼성그룹 내 다른 계열사보다 3세들이 보유한 기업지분가치가 가장 높고, 연 매출 8조원의 업계 내 압도적인 1위 기업”이라며 “내년 상반기 주당 가격이 50만원까지 오를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KTB투자증권과 하이투자증권도 목표주가를 주당 각각 35만원, 36만원으로 높게 잡았다. 제일모직도 향후 삼성그룹 내 지배구조 개편에 핵심 역할을 맡을 것으로 판단되면서 내년 상반기 주가가 10만원을 상회할 것이란 전망까지 나와 있다.
장밋빛 전망이 쏟아지고 있지만 정작 일반 투자자 입장에서는 빛 좋은 개살구에 그칠 공산이 적지 않다. 무엇보다 청약 배정을 받기가 쉽지 않다. 청약을 받기 위해서는 사려는 주식 물량의 50%를 청약증거금으로 내야 한다. 예컨대 삼성SDS를 최소 단위인 10주 사려면 5주만큼의 청약증거금(19만원X5주) 95만원을 일단 내고, 경쟁률에 따라 배정물량이 달라지는 식이다. 경쟁률이 2대1일 때는 5주를 배정받고, 경쟁률이 10대1로 높아지면 1주만 배정받을 수 있다. 아무리 인기가 없는 공모주라 하더라도 경쟁률이 50대1을 넘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50주 이상 청약해야 겨우 1주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주가 전망도 마냥 낙관적이지만은 않다. 실제 올해 상장한 신화콘텍, 트루윈, 아진엑스텍 등 일부 공모주들은 상장 이후 주가가 40% 넘게 빠지기도 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상장을 앞두고 차익실현을 하려는 매도물량도 꽤 된다”며 “상장 효과로 단기 급등은 가능하지만 개인투자자들이 매도시점을 놓치면 낭패를 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무리한 부담을 떠안고 직접 청약에 나서는 대신 공모주 하이일드펀드에 투자하는 것을 대안으로 제시하기도 한다. 이 펀드는 청약증거금 없이도 공모주의 10%를 우선 배정 받을 수 있어 청약 경쟁률을 뚫기 힘든 소액 투자자들이 선호하는 투자방식이다. 하지만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펀드는 기관투자자 물량에 속하다 보니 개인보다 유리할 수는 있겠지만 실제 공모주에 10%만 투자하고 나머지는 채권 등에 투자하기 때문에 수익이 크게 날 지는 의문이다”라고 말했다.
강지원기자 styl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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