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해외 부실사업장 여파로 대규모 손실을 봤던 건설업계의 경영 실적이 올 들어 정부의 부동산 규제 완화에 따른 주택사업 회복으로 살아나고 있다. 하지만 공공 공사 입찰 담합으로 부과된 막대한 과징금으로 수익성은 오히려 악화했다는 평가다. 부동산 경기가 회복돼 미소를 지었던 건설사들이 과징금 때문에 울게 된 상황이다.
3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대형사 가운데 3분기 실적을 공개한 삼성물산, 현대건설, 대림산업, 대우건설, GS건설, 두산건설, 현대산업개발 등 7개사의 3분기 매출은 총 19조8,492억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3.57% 상승했다. 하지만 이들 7개사의 영업이익(4,356억원)은 지난해 3분기보다 8.3%가 감소했다. 과징금 등을 반영한 순이익은 510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84%가 줄었을 정도다.
7개사 모두 국내 주택 사업이 효자 역할을 했다. 특히 주택사업이 매출 대부분을 차지하는 현대산업개발은 3분기 영업이익이 560억원에 이르렀고, 매출액은 1조1,282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9%가 늘었다. 2013년 큰 폭의 적자를 기록한 GS건설 역시 주택 부문의 실적 개선을 앞세워 올 3분기 영업이익 240억원을 달성, 영업손실에서 흑자로 돌아섰다.
대형건설사의 한 관계자는 “작년 말부터 주택 시장이 활기를 띠면서 신규 분양이 잘되고 미분양 할인 비용이나 판촉비가 예상보다 적게 나가는 등 주택 부문 실적이 크게 개선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공정거래위원회의 과징금이 이들의 발목을 잡았다. 대한건설협회에 따르면 공정위가 올해 들어 지난달 초까지 건설사 39곳에 부과한 과징금은 8,093억원에 달한다. 이 가운데 7개사의 과징금 부과 규모는 4,897억원. 분기 당 평균 1,632억원, 전체 영업이익의 3분의1 이상이 과징금으로 사라지고 있는 셈이다.
해외시장의 불안감도 주택시장 활황으로 회복한 실적을 무색하게 할 위험 요소다. 3분기에 1,894억원 영업손실로 대형사 중 유일하게 적자를 기록한 대림산업은 사우디아라비아 현장에서 3,364억원 가량의 원가비용이 추가 발생한 것이 실적 악화의 빌미가 됐다는 평가다. 3분기 영업이익이 974억원으로 전년보다 9.4% 줄어든 대우건설 역시 오만 수르 현장 준공 지연 등이 수익성 악화로 이어졌다는 의견이 많다.
유환구기자 redsun@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