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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폭 뺨치는 학교폭력 서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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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폭 뺨치는 학교폭력 서클

입력
2014.11.03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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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연합 서클 등 48개 적발

올해 8월 전북 전주 경찰은 학생들간 집단 패싸움을 조사하다 시내 원룸촌을 중심으로 100여명의 일명 ‘가출팸(가출+패밀리)’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대부분 유흥업소에 종사하거나 폭력으로 생계를 꾸려 온 가출 청소년들이었다. 조사 결과 이들도 피해자였다. 가출팸 사이에서 ‘삼촌’으로 불리는 한모(43)씨가 이들과 함께 생활하며 군림하고 있었고, 어린 학생들은 한씨의 보복이 두려워 피해 사실 진술을 거부했다. 한 달여에 걸친 경찰의 설득 끝에 가출 청소년들은 한씨가 ‘동네 조폭’임을 고백했다. 한씨는 집을 나온 청소년들을 모집한 뒤 불량 서클을 만들어 폭행과 협박을 일삼았고, 이들은 다시 일반 학생들을 상대로 돈을 뜯어냈다. 한씨는 가출팸에 속한 김모(17)양을 성폭행한 혐의로 구속됐다.

이 사례는 성인 폭력조직을 닮아가는 학교폭력의 진화 구조를 고스란히 보여준다. 청소년들은 조폭과 연계해 합숙(가출팸)을 하며 철저한 위계질서 아래서 폭력을 대물림 받았다. 경찰은 9~10월 두 달 동안 청소년 폭력동아리에 대한 집중 단속을 한 결과 가출팸, 합숙 폭력, 지역연합 서클 등 성인화한 48개 서클, 872명을 적발하고 16명을 구속했다. 이 중 가출 청소년과 연계된 서클은 11개, 성인 폭력배가 관련된 서클은 3개나 됐다.

충북 제천에서는 동네 조폭이 지역 중ㆍ고교생과 보육원 출신 여학생 등 40명을 마구잡이로 끌어 모아 심야에 무리 지어 다니며 편의점 절도, 일반 학생 대상 금품 갈취 등을 반복하다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은 주범 이모(21)씨 등 4명을 구속하고 서클을 해체했다. 충남 아산에서는 장기 합숙을 하며 세를 불려 온 중학교 중퇴생 12명이 검거됐다. 이들은 유모(16)군 집에서 함께 생활하면서 대전ㆍ충남 지역으로 영역을 넓혀 차량 15대를 절도하는 등 비행을 일삼았다.

단속 기간에 폭력 서클 간 패싸움을 경찰이 저지한 사례도 있었다. 경찰은 9월 초 경남 하동과 전남 광양 지역 학생들이 하동에서 집단 싸움을 하기로 한 첩보를 입수하고 두 서클이 맞붙기 직전 학생들을 가로 막았다. 경찰은 하동 지역 학생 9명이 4개 중ㆍ고교 일진 소속인 점을 밝혀내고 즉시 해체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학교폭력이 성인 뺨칠 정도로 규모화ㆍ흉포화하면서 위험 수위에 다다랐다”며 “폭력서클에 대한 상시 단속체계를 구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이삭기자 hi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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