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장공비 침투 사건 뒤 이주...시유지 탓 증·개축 제한 등 고통
삼척시, 맹방관광지 권역서 제외...주민에 토지 매각해 민원 해소키로
“46년 만에 내 땅이 생겼어요.”
강원 삼척시 근덕면 상맹방리 승공마을 주민들이 46년 만에 부동산 소유가 가능해졌다. 시유지에 이주했던 탓에 임차료를 내 왔던 토지 소유권이 조만간 자신들에게로 이전되기 때문이다.
삼척시는 3일 승공마을을 ‘맹방관광지 제3권역’에서 제외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시는 강원도와 관광지 제척에 따른 도시계획 및 관광도로 개설과 난개발 문제에 대한 협의를 마친 뒤 28일까지 주민들과 소유권 계약을 맺을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이 마을은 1968년 11월 울진ㆍ삼척 무장공비 침투 사건 이후, 정부의 노곡ㆍ하장면 산지 독가촌(獨家村) 이주정책에 따라 농지 4,958㎡를 분배해 모여 살게 된 곳이다. 승공(勝共)이라는 마을 이름은 ‘공산주의를 무찔러 이긴다’는 의미에서 붙여졌다. 이주 초기 움막이었던 주택은 1978년 새마을 운동에 따라 현대식 가옥으로 개량됐다.
하지만 1980년대 이 마을 일대가 맹방관광지 제3권역 유원지에 편입되면서 주민들이 거주하는 토지가 도시계획시설로 결정됐다. 토지가 시유지인 탓에 보상은커녕 주민들은 장기간 주택 증ㆍ개축 마저 제한을 받게 됐다. 더구나 토지 소유권을 인정 받지 못한 주민들은 매년 130만원 가량 임대료를 내며 살아야 했다. 때문에 승공마을 주민들은 그 동안 청와대와 국민권익위원회, 삼척시 등에 수 차례 진정서를 제출하는 등 맹방관광지 제3권역에서 제척해 줄 것을 요구해 왔다.
삼척시는 주민들의 의견을 받아 들여 주택과 땅 33필지, 1만6,000여㎡를 맹방관광지 제3권역에서 제외시키고, 주민들에게 매각 키로 결론을 내렸다. 30가구 가운데 경계협의 중인 3가구를 제외한 27가구에 대해 소유권 계약서를 작성할 계획이다.
삼척시는 “맹방관광지 개발사업은 시 소유의 땅을 효율적으로 개발하기 위한 목적으로 적법한 절차를 거쳐 진행됐지만, 주민들의 민원이 오랜 기간 계속됐다”며 “주민들의 불편을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다는 판단에 따라 승공마을 터를 관광지에서 제척한 뒤 매각 키로 했다”고 설명했다.
진광선(44) 삼척 상맹방1리 이장은 “관광지로 지정된 뒤 집이 낡아도 제대로 수리도 못하고 그냥 사는 등 주민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며 “46년 만에 주민들의 오랜 민원이 해결되고 재산권도 행사할 수 있게 돼 마을 전체가 축제 분위기”라고 말했다.
박은성기자 esp7@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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