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태, 현대, SK…. 출범 33년째를 맞은 한국 프로야구의 대표적인 ‘왕조’들이다. 해태(KIA 제외)가 9번, 현대 4번, SK가 3차례 한국시리즈를 제패했다. 나란히 일정 기간 우승 반지를 독식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각각 3팀을 지휘한 김응용(73), 김재박(60), 김성근(72) 감독은 ‘명장’으로 불렸다.
지금은 삼성 왕조 시대다. 2000년대 들어 9번이나 한국시리즈에 진출하더니 6차례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더군다나 2011년부턴 믿기 힘든 통합 우승(정규시즌+한국시리즈) 3연패다. 삼성은 사상 첫 통합 우승 4연패를 목표로 4일부터 한국시리즈를 치른다.
이런 최강 삼성을 넥센이 상대한다. 혈투가 예고됐던 LG와의 플레이오프를 3승1패로 간단히 마무리 한 신흥 강호다. 류중일(51) 삼성 감독은 ‘야구 대통령’, 염경엽(46) 넥센 감독은 ‘젊은 여우’다. 늘 삼성 야구를 동경했던 염 감독이, 그래서 꽤 삼성과 비슷한 팀을 만들어 낸 염 감독이 도전자다.
염 감독은 2013년 넥센 지휘봉을 잡은 뒤 여러 차례 삼성 야구를 거론했다. “큰 경기 경험이 많은 선수들이다. 위기에서 좀처럼 흔들리지 않는다. 베테랑 토종 선발들을 보라. 빠른 공은 없지만 다들 절묘한 제구력으로 타자를 상대할 줄 안다. 불펜은 어떤가. 안지만, 심창민, 차우찬, 오승환(올 시즌은 임창용) 등 체계가 잡혔다. 경기 막판에는 발 빠른 대주자가 결정적인 득점까지 한다.” 요약하면 이렇다.
염 감독은 삼성처럼 올 시즌 막강한 불펜진을 완성했다. 조상우(20) 한현희(21) 손승락(32) 삼총사가 지키는 야구에 앞장 섰다. 넥센은 5회까지 앞선 경기의 승률이 9할1푼(61승6패), 7회까지 앞섰을 때는 무려 9할3푼1리(67승5패)의 승률이다. 외국인 투수 2명을 제외하면 이렇다 할 토종 선발 자원이 없어 애를 먹으면서도 두 부문 모두 1위 기록을 냈다. 정규시즌 2위의 호성적은 막강한 타력에다 마운드의 힘, 적절한 투수 교체가 맞물리면서 가능했다.
염 감독은 또 삼성처럼 대타와 대주자를 적극 활용했다. 삼성처럼 선발 투수 뒤에 ‘+1’의 롱릴리프(3이닝 정도를 소화하는 두 번째 투수)를 투입해 재미도 봤다. 올 시즌 삼성과 넥센이 8승1무7패(삼성 우위)로 팽팽히 맞선 건 이 때문이다. 팀 색깔이 엇비슷해 우열을 가리기 힘들었다.
돌이켜 보면, 왕조가 무너진 건 더 강력한 왕조가 등장하면서부터다. 간판 선수들의 노쇄화, 부상 등 내부적인 요인과 함께 신흥 강호의 출현이라는 외부적인 요인이 몰락의 결정적인 이유였다. 정민태, 임선동, 조용준 등 현대의 막강 투수력을 SK의 벌떼 야구가 이어 받았다. 벌떼를 물리친 건 삼성의 특급 불펜이었다. 이번엔 넥센 차례일까. 막연히 그렇다고 보기엔 삼성의 투타 조화가 여전히 건재하다.
함태수기자 hts7@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