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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콜 사태로 한때 파산 위기...크라이슬러의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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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콜 사태로 한때 파산 위기...크라이슬러의 교훈

입력
2014.11.03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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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세계 자동차 업계는 대량 리콜로 떠들썩했다. 10월 말까지 미국에서만 540여 차례에 걸쳐 약 5,300만대가 리콜 대상이 될 정도이고 올해 남은 두 달동안에도 계속 리콜이 이뤄질 전망이다. 같은 차가 다른 이유로 리콜된 것도 있기 때문에 실제로는 그보다 적겠지만, 그렇다 해도 한 해 동안 이처럼 많은 종류의 많은 차가 리콜된 예는 과거에서 찾기 어렵다.

리콜을 업체가 소비자의 안전과 편리함을 위해 자발적으로 시행하기도 한다. 그런 리콜이라면 바람직하고 긍정적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리콜은 소비자가 자동차를 구입해 사용하는 도중에 발생한 문제를 항의하면서 이뤄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리콜이 발생하면 업체 신뢰도에 타격이 크다.

게다가 자동차 업체로서는 많은 차가 한꺼번에 리콜을 해야 하거나 해결에 비용이 많이 든다면 경영상 충격이 크기 때문에 리콜에 소극적인 경우가 많다.

리콜의 영향력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가 1976년에 크라이슬러가 내놓은 ‘닷지 애스펀’과 ‘플리머스 볼라레’ 리콜 사태이다. 갓 새로 나온 크라이슬러의 여러 모델 중 가장 많이 팔렸던 두 차종은 미국의 한 자동차 전문지가 ‘올해의 차’로 뽑을 만큼 상품성이 뛰어났지만 품질이 형편 없었다. 점화장치, 연료공급장치, 브레이크, 스티어링, 서스펜션 등 갖가지 문제로 리콜이 이뤄졌는데, 그 중 차체 부식이 가장 심각했다. 녹방지 처리를 제대로 하지 않은 탓에 차체가 너무 빨리 녹슬었던 것.

차체 부식 관련 리콜은 차가 나온 지 2년 정도 흐른 뒤에 이뤄져 수리 대상이 40만 대가 넘었다. 크라이슬러는 출고된 모든 차를 회수해 검사 후 정상 부품으로 교체하거나 녹방지 처리를 하고 다시 칠한 뒤 출고해야 했고, 그 비용이 당시 금액으로 1억달러가 넘었다.

더 큰 문제는 소비자의 외면이었다. 품질 최악으로 낙인 찍힌 차가 잘 팔릴 리 없었다. 부랴부랴 품질 개선에 나섰지만, 리콜 후 2년 만에 판매는 절반 가까이 줄었고, 리콜 비용과 판매 부진으로 엄청난 적자에 시달린 크라이슬러는 파산 위기에 몰렸다.

다행히 크라이슬러의 새 최고경영자(CEO)로 영입된 리 아이어코카는 품질 개선과 혁신적 신제품 기획에 힘을 쏟았다. 리콜 대상이 됐던 두 차종의 후속 모델은 완전히 새롭게 설계하고 그렇게 개발한 세계 최초의 미니밴 ‘보이저’가 성공을 거두며 크라이슬러는 겨우 흑자로 돌아섰다. 뼈를 깎는 노력 끝에 회생하기는 했지만, 탁월한 경영자와 회생의 밑거름이 될 정부보증자금이 아니었다면 크라이슬러는 리콜 때문에 망한 회사로 역사에 기록될 뻔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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