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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대 남성 우울증 심각..."숨기지 말고 도움 청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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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대 남성 우울증 심각..."숨기지 말고 도움 청하세요"

입력
2014.11.03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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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퇴ㆍ가족부양 등 사회적 압박

자살률도 50대에서 특히 높아

괴롭고 힘든 현실 인정하고

가족과 소통 노력하면 좋아져

50대 이상 남성 우울증 환자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전문의들은 "경제적 스트레스로 인한 우울증세를 보이는 환자가 많은데 남자라 무조건 참아야 한다는 생각부터 버려야 한다"고 지적한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50대 이상 남성 우울증 환자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전문의들은 "경제적 스트레스로 인한 우울증세를 보이는 환자가 많은데 남자라 무조건 참아야 한다는 생각부터 버려야 한다"고 지적한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2009년부터 2013년까지 최근 5년간의 건강보험과 의료급여 심사결정 자료를 통해 우울증을 분석한 결과, 50대 이상 남성 우울증환자가 2009년 3만4,413명에서 2013년 4만6,302명으로 급증했다. 우리사회 버팀목이라 할 수 있는 중년남성이 심각한 위기에 봉착한 것이다.

50대 남성 우울증 ‘침묵’이 가장 큰 문제

우울증은 의욕저하와 우울감이 주 증상으로 인지와 정신, 신체적 증상을 일으켜 일상 기능이 떨어지는 병이다. 수면장애, 불안, 성욕 및 집중력 저하 등이 생긴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들은 50대 이상 남성 우울증 증가에 대해 “명예퇴직, 감원 등 사회적 압박과 함께 자존심 때문에 치료받을 시기를 놓치거나 치료를 꺼려해 상태를 악화시키고 있다”며 조기 치료에 중요성을 강조한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들은 50대 이상 남성 우울증 환자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침묵’을 꼽는다. 안용민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50대 이상 남성 우울증 환자의 가장 큰 문제는 자신이 괴롭고 힘들다고 이야기하는 자체를 부끄러워하는 것”이라며 “혼자 극복하려고 전전긍긍하다 자살 등 극단적 방법을 택하는 우를 범하고 있다”고 했다. 올 9월 통계청이 발표한 ‘2013년 사망원인통계’에 따르면 남성 자살률은 10만 명당 39.8명이지만 50대는 58.0명을 기록, 전년 대비 8.9%나 증가했다.

백종우 경희대의료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50대 남성은 부모와 자녀를 돌보느라 스트레스가 극에 달하지만 해소할 능력은 떨어진다”며 “스트레스를 감당하지 못하면 자살 등 극단적 방법을 택하는 경우가 많아 50대 이상 남성의 자살률이 높다”고 했다.

건강염려증ㆍ기억력 감퇴… 술, 우울증 악화 주범

우울증 증세가 있어도 무시하거나 숨기면 신체에서 반응하게 된다. 정찬승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마음드림의원 원장)는 “여기저기 몸이 아픈 것 같은 건강염려증이 생긴다”며 “건망증이 심해져 기억력 저하도 대표적인 증세”라고 했다. 중요한 물건을 어디에 뒀는지 기억 나지 않고 약속을 잊어버리는 증세가 반복되면 우울증을 의심해야 한다.

의심과 피해망상증도 심해진다. 정 원장은 “배우자나 직장동료를 의심하고 자신 때문에 회사에 어려움이 닥쳤다는 피해망상이 생긴다”며 “평소 가족 간 왕래가 없었던 사람이 자신으로 인해 가족관계가 망가졌다는 자책감에 시달린다”고 했다. 정 원장은 “우울증으로 인해 부부관계가 악화되면 이를 해결하려고 직장 내 여성이나 다른 여성과 연애를 꿈꾸거나 시도해 가정파탄에 이르기도 한다”고 전했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들은 우울증을 악화시키는 주범으로 ‘술’을 꼽는다. 서정석 건국대 충주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중년 남성 우울증 환자들은 스트레스를 풀고 잠을 자기 위해 가장 먼저 손 대는 것이 술”이라며 “처음에는 효과 있는 것처럼 느끼지만 우울증, 불면증과 함께 알코올중독까지 최악의 결과를 초래할 뿐”이라고 지적했다.

‘남자라 참을 수 있다’는 아집 버리고 가족과 소통을

50대 이상 남성 우울증을 해결하는 방법은 없을까.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들은 “남자라 무조건 강해야 하고 전부 참을 수 있다는 생각을 버리는 것이 치료의 첩경”이라고 입을 모은다.

전덕인 한림대성심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가급적 스트레스를 해소하려 노력해야 하고 우울증이 나타나면 가족이나 지인과 문제를 상의해야 한다”며 “환자가 마음을 열어 고통을 호소했는데 이를 무시하면 상태가 악화돼 자살 등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안 교수도 “우울증은 마음의 감기”라며 “가족과 소통만 잘돼도 가벼운 우울증세는 좋아질 수 있다”고 했다.

채정호 서울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자신이 괴롭고 힘들다는 것을 인정해야 치료가 가능하다”며 “사회ㆍ경제적으로 감당할 수 없는 일이 생겼다면 혼자 해결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스스로 존중해야 우울증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했다.

서 교수는 “남자라 모든 것을 감당할 수 있다는 아집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아침에 세수할 때 1, 2분 정도라도 자기 얼굴을 만지면서 거울을 쳐다보는 등 자신 내면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했다. 서 교수는 “하루에 30분 이상 자기만을 위한 시간을 갖고 산책 등을 통해 햇볕을 쬐거나, 가족 간 소통을 위해 식탁에 노트를 걸어 놓고 하루하루 무얼 했는지 적어 놓으면 가족이 이를 보고 아버지 생활을 이해하고 대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정찬승 원장은 “중년기 남성 우울증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아내에게 애정을 쏟는 등 가정생활에 충실해야 한다”고 했다.

김치중 의학전문기자 cjkim@hk.co.kr

내가 혹시 우울증이 아닐까?

1. 하루의 대부분 우울한 기분이 지속

2. 거의 모든 활동에서 흥미나 쾌감이 현저히 저하

3. 현저한 체중 감소나 증가, 식욕 감소나 증가

4. 불면 또는 수면과다

5. 정신운동성 초조 또는 지체

6. 피로 또는 에너지 상실

7. 무가치감 또는 과도하거나 부적절한 죄책감

8. 사고능력 또는 집중력 저하, 우유부단

9. 반복적인 죽음에 대한 관념, 자살사고, 자살기도와 함께 구체적인 자살기도 계획

(미국 정신질환 분류체계에 의한 우울증 진단기준으로 이들 증상 중 5가지 이상이 최소 2주일 간 거의 매일 지속되고, 우울한 기분 또는 흥미나 쾌락의 상실을 느끼면 우울증을 의심해야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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