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현의 자유" vs "주민 보호" 딜레마
북한이 남북대화 중단을 위협하며 민간단체의 대북전단 살포에 거세게 반발하면서 정부의 고민도 커지고 있다. 정부는 전단을 살포하는 ‘표현의 자유’를 제지할 마땅한 실정법이 없다고 발을 빼고 있지만 법 해석에 따라서는 민간단체의 활동을 차단할 수 있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민간단체의 전단 살포가 헌법상 권리인 표현의 자유에 해당한다는 점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다. 하지만 북한이 조준타격으로 위협하고 실제 남측을 향해 총을 쏘면서 해당지역 주민의 안전과 국가 안보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따라서 표현의 자유가 생존권이나 행복추구권 등 다른 헌법상 권리를 침해한다면 전단 살포를 자제해야 한다는 반론도 적지 않다.
그럼에도 통일부는 대북전단을 규제할 명시적인 법적 근거가 없다는 점을 강조한다. 정부 관계자는 2일 “남북교류협력법에 따르면 1달러 지폐나 DVD 등을 북한에 보낼 경우 통일부의 승인을 받아야 하지만 풍선에 매달아 보내는 것은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항공법으로 규율하자는 주장도 있지만 국방부와 국토부는 최근 “전단 살포용 풍선은 지상 조종장치가 없어 항공기가 아니다”고 유권해석을 내렸다.
하지만 간접적인 법 적용을 통한 대북전단 규제는 가능하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정부는 2012년 10월과 지난해 6월 경찰력을 동원해 임진각으로 향하던 민간단체 차량을 차단한 적이 있다. 또한 상호비방을 금지한 남북기본합의서나 남북관계발전기본법을 적용할 수도 있다. 국제법적으로도 남북은 모두 유엔 회원국인 만큼 상대국 정상에 대한 모독행위는 자제하는 게 관례다. 북한은 노무현정부 이래 대남 전단 살포를 중단하고 있다.
정부는 이에 따라 엄격한 법 적용을 빌미로 지금처럼 전단 살포를 방관할지, 법을 넓게 해석해 선제적으로 차단 조치를 취할지를 두고 갈림길에 놓인 형국이다. 다만 북한의 위협이 계속되면서 정부의 선택지는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정부가 갑자기 태도를 바꿔 전단 살포를 규제하면 북한에 대한 굴복으로 비칠 수 있다는 점도 고민거리”라고 지적했다.
김광수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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