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졸 신입 평균 22.1년 걸려, 3년전보다 1년 가까이 늘어
부장 되는 기간도 0.6년 ↑
정년 연장ㆍ실적 위주 평가 등 원인
대기업에 근무 중인 50대 초반의 김 모 부장은 인사철만 되면 피가 마른다. 20년 넘게 누구보다 회사에 헌신했다고 자부했지만 매년 임원 인사를 앞두고 번번이 낙마했기 때문이다. 부장 자리는 동기들보다 조금 앞서 승진했지만 이후 8년째 제자리 걸음이다.
올해 연말에도 승진하지 못하면 임원 꿈은 사실상 물 건너 갔다고 봐야 한다. 김 부장은 “회사 어렵다고 임원 숫자를 줄이는데, 이 나이에 이직도 쉽지 않아 스트레스가 많다”고 전했다.
직장인들에게 ‘기업의 꽃’으로 통하는 임원 승진이 갈수록 어렵고 오래 걸려 평균 22년 이상 소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년 연장 등 노동시장의 변화와 연공서열보다 실적을 중시하는 평가 제도가 정착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지난 8~9월 전국 219개 기업을 대상으로 ‘승진ㆍ승급관리 실태’를 조사한 결과 사무직 대졸신입사원이 임원이 되려면 평균 22.1년이 걸린다고 2일 밝혔다. 3년 전 조사 때보다 0.9년 늘어난 것으로, 임원이 되려면 예년보다 회사에서 1년 정도 더 근무해야 한다는 뜻이다.
특히 대기업 임원이 되려면 입사 후 평균 23.7년이 소요돼 중소기업(21년)보다 더 오래 걸렸다. 임원 직전의 직급인 부장으로 승진하는데 걸리는 기간도 17.3년에서 17.9년으로 증가했다.
이처럼 임원 승진에 필요한 기간이 과거보다 늘어난 이유는 기업들이 정년 연장 등 향후 노동시장 변화에 미리 대비하는 측면이 큰 것으로 풀이된다. 대기업 근로자의 경우 2016년부터 정년이 60세로 연장되고 2017년부터 정년 연장이 모든 사업장에 적용되면서 근로자의 재직기간이 전체적으로 늘어날 가능성이 커졌다.
이번 조사에서도 대기업 10곳 중 8곳은 승진 및 직급제도를 변경했거나 바꿀 계획인 것으로 응답했다. 실제로 일부 기업들은 과장, 차장, 부장 등 직급별 체류기간을 1~3년 더 늘리는 방식으로 정년 연장에 대비하고 있다. 최영록 경총 경제조사본부 전문위원은 “정년 연장이 본격 도입되면 기업들이 승진연한을 늘리는 추세가 더욱 가속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반면 임원이 되기 위해 더 오랫동안 근무하는데도 불구하고 임원 승진비율은 계속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신입사원이 동기들을 제치고 임원으로 승진하는 비율은 2005년 1.2%에서 2011년 0.79%, 올해는 0.74%로 갈수록 감소하고 있다. 대기업 직원은 불과 0.47%만 임원 자리를 꿰찰 수 있어 바늘구멍 통과하는 것만큼 어렵다는 말이 재차 확인됐다.
여기에는 연공서열보다 실적위주 평가가 정착되면서 오래 근무했다고 자동으로 승진하는 관행이 사라지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더불어 기업들이 실적악화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으로 연봉을 많이 받는 임원 숫자를 대폭 줄이고, 일부 업무를 아예 외부 전문가에 맡기는 추세도 임원 승진비율을 떨어뜨리는 원인으로 꼽혔다.
강철원기자 str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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