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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사회비판ㆍ고발 프로그램 이제 못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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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사회비판ㆍ고발 프로그램 이제 못본다

입력
2014.11.02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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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수첩 출신 PDㆍ파업 참여 기자들

마케팅 등 비제작 부서로 보내

노조 "법적 대응도 불사하겠다" 반발

지난달 23일 MBC언론본부 노조 집행부가 사측의 조직 개편에 따른 교양제작국 해체를 통보 받고 상암동 MBC 경영센터 1층 로비에서 피켓 시위를 벌이고 있다. MBC언론노조 제공
지난달 23일 MBC언론본부 노조 집행부가 사측의 조직 개편에 따른 교양제작국 해체를 통보 받고 상암동 MBC 경영센터 1층 로비에서 피켓 시위를 벌이고 있다. MBC언론노조 제공

'황우석 사태'를 고발한 'PD 수첩', 눈물샘을 자극하며 감동을 준 '휴먼 다큐 사랑'과 '아마존의 눈물' 등 사회성과 공익성이 짙은 MBC 시사·교양 프로그램을 더 이상 보기 힘들게 됐다. MBC가 교양제작국 해체에 이어 소속 PD와 기자들을 엉뚱한 데로 발령냈기 때문이다.

MBC는 교양제작국을 콘텐츠제작국과 예능1국으로 해체한 지 나흘 만인 10월 31일 100명이 넘는 인력에 대해 인사를 단행했다. 이번 인사는 사회 고발성 프로그램을 주로 제작해온 PD나 2년 전 170일 파업을 통해 사내에 비판적 목소리를 내온 기자들을 비제작 부서나 신사업 부서로 배치해 '표적 인사', '보복 인사'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영화 '제보자'의 실제 주인공인 'PD수첩'의 한학수 PD는 신사업개발센터로, 'PD수첩'을 연출했던 이우환 PD, 이춘근 PD는 경영지원국 인재개발부의 '교육 발령'으로 배치됐다. 전 MBC노조위원장 출신 이근행 PD, 'PD수첩'에서 '광우병 편'을 제작한 조능희 PD와 ‘민간인 사찰’을 다뤘고 최근 폐지된 '불만제로'를 연출했던 김재영 PD(현 MBC노조 편제민위실 간사)는 편성국 MD(방송 송출을 책임지는 부서)로 발령 받았다. 주로 'PD수첩'과 관계된 PD들이 대거 제작과 무관한 부서로 '방출'됐다는 게 MBC 안팎의 지적이다.

교양제작국 PD뿐만 아니라 과거 파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던 기자들까지 재배치 작업이 이뤄졌다. '뉴스24'의 앵커였던 김수진 기자는 드라마 마케팅 부서로, 작년 사내 전산망에 MBC 경영진 등에 대한 비판적인 글을 올렸다는 이유로 정직 7개월에 교육 2개월 등 중징계를 받았던 이용주 기자는 '교육 발령'을 받았다.

MBC의 한 PD는 "사측의 원칙 없는 밀실 인사로 사내 분위기가 최악"이라고 전하며 절차를 무시한 인사라고 비판했다. MBC 언론노조는 "대부분의 인사 당사자는 물론 그 부서의 부장까지도 당일 통보를 받았다"며 "사측은 고유 직종에서 벗어난 인사를 하면서 노조와 사전 협의나 절차를 무시했다"고 지적했다. 노조는 "법적 대응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방송·언론계는 MBC가 교양제작국의 해체와 더불어 보복·표적 인사를 단행함에 따라 정치, 사회 부조리를 꼬집는 심도 있는 시사·교양 프로그램은 사라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가수 이승환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MBC는 '어떻게 사랑이 그래요' 같은 명곡을 탄생시키는 데 일조한 교양국을 해체했고, 능력 있는 PD들을 제작과 관계없는 부서로 보냈다"고 꼬집었다. 이승환은 '휴먼 다큐 사랑'에서 방송된, 시한부 선고를 받은 아내와 그녀를 극진히 간호하는 남편을 보고 '어떻게 사랑이 그래요'라는 곡을 만든 바 있다. 박건식 한국PD협회장은 "MBC는 효율성과 수익성을 기반으로 한 조직 개편을 핑계로 시사 ·교양프로그램에 참여한 인력들을 내쫓아 공영방송의 정체성을 뒤흔들고 있다"며 "이번 교양제작국 해체와 인사 발령은 파업 이후의 (보복성)전쟁이 계속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강은영기자 kis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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