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모니터링단 신설 등 대책에
전문가 "이의검토 독립성 유지해야"
교육부가 2014학년도 수능 세계지리 8번 문항의 오류를 인정하며 지난달 31일 재발 방지대책을 내놓았지만 출제위원 구성 방식을 바꾸는 등 근본적인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또한 오류가 발생한 후 대처과정에서 이번과 같은 혼선을 막기 위해선 이의검토과정의 독립성을 유지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말하고 있다.
교육부와 평가원은 수능 문항 출제 역량과 사후 확인 기능을 강화하겠다며 출제ㆍ검토위원 증원 및 연수, 출제에 참여하지 않은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이의신청 모니터링단 신설 등을 대책으로 내놨다. 이에 대해 교육전문가들은 “출제위원 증원 시 다양한 전공분야 인력의 투입이 보장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수능 출제위원으로 참여했던 모 대학 교육학과 A 교수에 따르면 현재 사회탐구 과목의 경우 5명의 출제위원이 20문제를 내고 과목당 교사 출제위원을 반드시 한 명 이상 포함해야 한다. 검토위원은 모두 고등학교 교사가 맡는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문제 출제에 교사들이 더 많이 참여하고, 검토진에 교수들이 포함돼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정록 전남대 지리학과 교수는 “한 달 동안 합숙하면서 문제를 출제하는 이들은 주로 젊은 교수들인데, 이들은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시험 문제를 내는 기술이 미흡한 경우가 많다”며 “중?고등학교 교육과정을 잘 이해하고 있는 현직 교사들이 출제위원으로 참여하면 오히려 검토위원의 검토 전에 오류를 바로잡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교사들이 교육 현장과 동떨어지지 않는 문제를 출제하기 좋다는 뜻이다.
반대로 검토는 교사 아닌 교수가 맡는 것이 낫다는 시각이 많다. A 교수는 “교수들이 교사들보다 전문지식이 더 많다는 인식이 일반적이어서 교사로만 이루어진 검토진이 출제 문제에 대해 이의제기하기가 쉽지 않다”며 “검토진에 교수들이 포함돼야 출제위원과 검토위원 간의 상호 비판이 더 자유롭게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신설될 모니터링단의 경우 평가원으로부터 독립성을 보장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지금도 수능 문제에 대해 이의를 신청하고 검토하는 과정이 있지만 오류를 쉽게 인정하지 않는 분위기 때문에 1년이 지나서야 결국 법정에서 세계지리 8번 문제의 오류를 인정했기 때문이다. A 교수는 “독립적인 기구라 하더라도 출제진과 사적으로 친한 사람들로 구성되면 의미가 없다”며 “평가원과 전혀 상관 없는 사람들로 기구를 꾸려야 하는 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문제를 수천 개씩 만들다 보면 하나 정도 오류는 있을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오류를 솔직하게 인정하고 대처하는 자세”라고 말했다.
양진하기자 realh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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