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촉비용 떠넘기기ㆍ구두 발주 횡포
공정위, 대규모 유통업법 첫 적용
과징금 부과 액수 크게 늘어날 듯
납품업체에 대한 잇단 ‘갑의 횡포’사건으로 물의를 빚고 있는 TV홈쇼핑 업계가 공정거래위원회의 고강도 제재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공정위는 홈쇼핑 업체들의 판촉 비용 떠넘기기 등 행위에 대해 처음으로 대규모 유통업법을 적용하겠다고 밝혀 과징금 액수가 크게 불어날 것으로 관측된다. 대형 유통업체들의 독과점 폐해를 막기 위해 2012년 도입된 대규모 유통업법은 불공정 거래행위에 대한 최대 과징금 부과액이 관련 매출액의 2%에 불과한 공정거래법과 달리 전체 납품대금을 과징금 상한으로 두고 있다. 납품 관련 비리로 검찰 수사에 이어 공정위의 강력한 제재까지 앞두게 된 홈쇼핑 업계는 입지가 더욱 좁아지게 됐다.
신영선 공정위 사무처장은 지난달 30일 출입기자 간담회에서 “(홈쇼핑 업계 조사 결과)지금까지 확인된 혐의 내용을 보니 마치 ‘불공정행위 종합선물세트’같았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 조사가 대규모 유통업법을 적용하는 첫 사례가 될 것“이라며 “그 동안 대부분 경고나 시정명령을 내렸는데 이번에는 제대로 조사했다”고 강조했다. 공정위는 작년 연말부터 올 초까지 홈쇼핑 납품업체를 대상으로 서면 실태조사를 한 결과 문제가 있다고 판단, 납품업체(5월)와 홈쇼핑업체(9월)에 대해 차례로 현장 조사를 벌인 바 있다. 대상 업체는 GS, CJ, 현대, 롯데, NS, 홈앤쇼핑 등 국내 TV홈쇼핑 6개사 전체다.
신 처장은 조사로 드러난 실태까지 상세히 공개했다. 그는 “홈쇼핑사가 방송 시간 2시간 내, 또는 방송 시간 내에 발생하는 사은품 판촉 비용을 납품업체에 100% 부담시키고 있다”며 “2시간 지나서 주문 들어오는 게 거의 없다고 본다면 결국 대부분 납품업체에 떠넘기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납품 계약 시 서면 발급 없이 구두로 발주하는 관행이 여전하다고도 신 처장은 밝혔다. 그는 “(홈쇼핑 업체들이 납품 계약 당시 발급해야 하는 서면을)방송 당일이나 이후에 교부한다”면서 “구두 발주 시에는 (서면과)다른 계약 조건을 강요하는 등 불공정 행위가 있었다”고 했다.
신 처장은 특히 “이런 것들이 6개 회사에서 공통적으로 많이 나타나는 것을 확인했다”며 6개 업체가 모두 다 제재 대상에 포함된다고 밝혔다. 이날 신 처장이 언급한 불공정 행위는 판촉 비용의 부담 전가를 금지한 대규모 유통업법 11조와 서면 교부를 의무화한 같은 법 6조 위반에 해당한다. 공정위는 연내 심사 보고서 작성을 마치고 내년 초 전원회의를 열어 처벌 수위를 정할 예정이다.
공정위까지 칼을 빼 들면서 홈쇼핑 업계는 더욱 궁지에 몰리게 됐다. 앞서 납품업체로부터 리베이트를 챙긴 혐의 등으로 신헌(60) 전 롯데쇼핑 대표 등 임직원 10명을 기소한 검찰은 최근 GS홈쇼핑에 대해서도 수사를 벌이고 있다. 홈쇼핑 업체의 승인심사권을 가진 미래창조과학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는 납품비리 등이 적발된 업체에는 재승인 심사에 불이익을 줘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세종=이성택기자 highno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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